10화 또 다른 궁금증의 시작
▌"모든 라이프스타일에는 수만 년 역사가 숨어있다."
지난주 에필로그를 올리고 나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어요. 《반쪽의 합》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오히려 더 큰 궁금증이 밀려왔거든요.
며칠 전, 우연히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책을 펼쳐보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어요.
"개인의 삶 속에는 그 사회 전체의 DNA가 들어있다. 한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면 인류 전체를 볼 수 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번개 맞은 것처럼 깨달았어요. 그동안 제가 왜 특정 라이프스타일에 끌리고, 왜 어떤 삶의 방식은 거부감이 들었는지... 그 이유가 단순한 개인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생각해 보니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왜 나는 노마드 라이프에 그렇게 끌렸을까? 혹시 내 안에 수렵채집인의 DNA가 꿈틀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동하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가치관... 이 모든 게 1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의 삶과 너무 닮아있잖아요.
그럼 반대로 부르주아적 삶이 불편한 이유는? 혹시 내 안의 원시 공동체 정신이 '개인의 소유와 축적'을 거부하는 건 아닐까요?
히피 문화에 왜 그렇게 매력을 느꼈는지, 공동체를 추구하면서도 왜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지... 이 모든 갈등과 끌림이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쪽의 합》을 쓰면서 사상체질과 MBTI로 64가지 조합을 5개 그룹으로 정리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어요.
"내가 왜 하필 이런 조합이 된 걸까? 이 성향들은 언제부터 내 안에 있었던 걸까?"
어쩌면 우리가 현재 가진 성격이나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수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결과일 수도 있어요. 내 안에는 수렵채집인도 있고, 농민도 있고, 도시민도 있고, 현대인도 있는 거죠.
그래서 때로는 자유롭게 떠나고 싶어 하고(수렵채집인), 때로는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싶어 하고(농민),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면서도(도시민),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현대인) 거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 떠올랐어요.
"라이프스타일 고고학"
고고학자가 땅을 파서 과거 문명의 흔적을 찾아내듯이, 내 라이프스타일을 파보면 인류 역사의 지층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거예요.
4사분면으로 정리했던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힙스터, 노마드... 이 모든 현대적 라이프스타일들이 사실은 인류 역사 속 어떤 시대, 어떤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마치 DNA 검사로 내 조상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듯이, 내가 끌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추적하면 내 안에 숨어있는 인류사의 DNA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내가 지금까지 "나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수만 년 인류 역사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내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인류 전체의 이야기가 보일 수도 있고요.
《반쪽의 합》에서 몸과 마음의 연결을 발견했다면, 이번에는 개인과 인류의 연결을 탐구해보고 싶어요. 나라는 존재 안에 어떤 시대의 어떤 인간들이 살고 있는지 말이에요.
물론 이것도 완전히 검증된 이론은 아니에요. 또 하나의 실험적 탐구가 될 거예요. 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지 않나요?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세요? 왜 하필 그 라이프스타일에 끌리는 걸까요? 혹시 여러분 안에도 어떤 시대의 인간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다음 연재] - 존재의 진화사: 라이프스타일 고고학
내 안에 숨어있는 수만 년 인류사의 지층들을 차근차근 발굴해보려고 해요. 현재 내가 선택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 될 것 같아요. 혹시 함께 하실 마음이 있으시다면, 다음 연재에서 만나요. 내 안의 인류사를 탐험하는 신기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용어 정리
라이프스타일 고고학 : 현재의 라이프스타일 선택 속에서 인류 역사의 흔적을 찾아내는 탐구
인류사의 DNA : 개인 안에 축적된 수만 년간의 집단적 경험과 기억
개인사와 인류사 : 한 사람의 삶의 궤적과 인류 전체의 진화 과정 사이의 연결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