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탄생: 통과 무사유가 만든 결과

제4부 무사유의 전염과 시민의 붕괴

by 한시을

25장. 시민의 무사유: 악의 평범성의 대중화


2024년, 한국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민주주의 지수에서 10단계 하락했다.¹ 2023년 8.09점(22위,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2024년 7.75점(32위, 결함 있는 민주주의)으로. 1등급 강등.

EIU는 5개 항목을 평가한다. 선거 과정과 다원성(9.58점), 정부 기능(8.57점), 정치 참여(7.22점), 시민의 자유(9.41점), 정치문화(6.25점).²

5개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 정치문화. 6.25점.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는 제도가 아니다. 시민의 정치문화다.


1. 형식적 민주주의 vs 실질적 민주주의

투표는 하지만, 판단은 하지 않는다

2022년 대선 투표율: 77.08%.³ 2024년 총선 투표율: 67.0%.⁴ 한국인은 투표한다. 선거는 작동한다. 민주주의의 형식은 유지된다.

하지만 EIU가 평가한 것은 다른 것이다. 투표율이 아니라 정치문화. 시민들이 얼마나 생각하고 판단하는가.

정치문화 6.25점. 5개 항목 중 최하.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한국인은 투표는 하지만, 판단은 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 전자는 선거, 투표, 제도다. 후자는 시민의 판단, 사유, 비판적 사고다.

한국은 전자는 작동한다. 후자는 붕괴하고 있다.


2. BN 유형 시민의 양산

12년(교육) + 27년(조직) + 매일(디지털)

21장에서 봤듯이, 한국인은 12년 동안 암기 중심 교육을 받는다.⁵ 정답 찾기. 질문하지 않기. 이 과정에서 사유 능력은 약화된다.

22장에서 봤듯이, 한국인은 평균 27년 동안 조직 생활을 한다.⁶ 상명하복. 절차 중심. 선례 답습. 이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은 사라진다.

24장에서 봤듯이, 한국인은 매일 유튜브를 55분씩 본다.⁷ 틱톡, 인스타그램, 네이버까지 합하면 하루 평균 3시간 이상.⁸ 알고리즘이 제시한 콘텐츠를 본다. 생각하지 않고.

12년(교육) + 27년(조직) + 매일(디지털) = 무사유의 일상화.

AJIM 모델의 2×2 매트릭스로 보면, 이것이 BN 유형 시민의 생산 과정이다. 나쁜 통(한국 사회 시스템) × 무사유(교육+조직+디지털) = BN.

아이히만은 나치 체제가 만든 BN이었다. 21세기 한국 시민은 한국 사회 시스템이 만드는 BN이다.


3. 동원 가능한 군중: 르봉의 군중심리

생각하지 않는 대중

1895년,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은 『군중심리(The Crowd)』를 출판했다.⁹ 그는 군중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군중은 생각하지 않는다. 군중은 느낀다. 군중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움직인다."¹⁰

르봉이 말한 군중의 3대 특징: 익명성, 전염성, 암시 가능성.¹¹

익명성: 개인의 책임이 사라진다. 전염성: 감정이 빠르게 확산된다. 암시 가능성: 쉽게 조종된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한국 사회는 두 개의 군중으로 나뉘었다.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 둘 다 르봉이 말한 군중의 특징을 보였다.

익명성: SNS에서 익명으로 의견을 표출했다. 전염성: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감정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암시 가능성: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믿었다.

생각은 없었다. 감정만 있었다.


4. 악의 평범성의 대중화

수백만 명의 아이히만

1961년,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며 물었다. "아이히만은 특별한 악인인가? 아니면 평범한 사람인가?"¹²

그녀의 답: 평범한 사람. 생각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

아이히만은 한 명이었다. 하지만 나치 체제는 수백만 명의 아이히만을 만들었다. 유대인을 체포한 경찰. 수용소로 이송한 기차 운전사. 가스실을 관리한 기술자. 모두 평범한 사람들. 모두 "명령을 따랐을" 뿐.

2024년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아이히만이 있는가?

검찰 조직에서 "법과 원칙"만 반복하는 검사들. 행정부에서 "선례"만 따르는 공무원들. 법조계에서 "절차"만 강조하는 판사들.

그리고 퇴근 후 집에 와서 유튜브를 켜고,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을 보고, 필터 버블 속에서 확신을 강화하는 수천만 시민들.

이들은 특별히 악한 사람들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

악의 평범성은 더 이상 아이히만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만 BN 유형 시민의 문제다.


5. 12.3 계엄: 0초 숙고, 즉각 반응

팩트 체크 없는 확신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은 계엄을 선포했다.¹³

계엄령 전문을 읽은 사람: 소수. 헌법 제77조를 찾아본 사람: 소수. 역대 계엄 사례를 검색한 사람: 소수.

하지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트위터(X),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숙고는 없었다. 다른 관점을 듣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고려하지 않았다.

필터 버블 속에서 확신했다. 에코 챔버 속에서 극단화되었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믿었다.

그리고 광화문과 여의도로 향했다. 생각은 0초. 반응은 즉각.

이것이 21세기 시민의 정치 참여다.


6. 민주주의의 실질적 붕괴

반응하는 시민 vs 판단하는 시민

EIU의 정치문화 점수 6.25점.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한국 시민은 반응하는 시민이지, 판단하는 시민이 아니다.

반응하는 시민: 알고리즘이 보여준 것에 즉각 반응한다. 필터 버블 속에서 확신한다. 에코 챔버 속에서 극단화된다.

판단하는 시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팩트 체크를 한다. 다른 관점을 고려한다. 숙고한 후 결론을 내린다.

민주주의는 후자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전자를 양산하고 있다.


7. 파시즘의 토양: 무사유 + 군중

전체주의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체주의는 생각하지 않는 대중을 필요로 한다. 대중이 생각을 멈출 때, 전체주의는 시작된다."¹⁴

무사유 + 군중 = 파시즘의 토양.

나치 독일이 그랬다. 평범한 독일인들이 생각을 멈췄다. 히틀러의 연설을 듣고, 라디오 선전을 믿고, 군중 속에서 확신했다. 그리고 유대인을 배제하는 것을 묵인했다.

21세기 한국은 어떤가? 평범한 한국인들이 생각을 멈췄다. 알고리즘의 추천을 믿고, 필터 버블 속에서 확신하고, 에코 챔버 속에서 극단화된다. 그리고 "적폐", "종북", "빨갱이" 같은 낙인을 묵인한다.

차이는 기술이다. 나치는 라디오를 사용했다. 21세기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하지만 구조는 같다. 무사유 × 나쁜 통(선전 시스템) = BN.


8. AJIM 모델: 한국 사회 전체가 BN

나쁜 통(B) × 무사유(N)

AJIM 모델의 2×2 매트릭스로 보면, 한국 사회 전체가 BN 유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나쁜 통(B): 교육 시스템(12년 암기), 조직 문화(27년 상명하복), 디지털 알고리즘(매일 3시간 이상).

무사유(N): 질문하지 않기, 선례 답습, 알고리즘 의존.

B × N = BN.

개인 차원의 BN: 검찰의 윤석열, 관료제의 공무원들, 법조계의 판사들.

사회 차원의 BN: 수천만 시민들. 투표는 하지만 판단은 하지 않는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유지하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붕괴했다.

아이히만 한 명이 문제가 아니다. 수천만 BN 유형 시민이 문제다.


9. 숫자로 본 BN 유형 시민

얼마나 많은가?

2022년 대선 투표자 3,329만 명.¹⁵ 이 중 몇 명이 BN 유형인가?

필터 버블에 갇힌 사람: 75.8% (SNS 사용자).¹⁶

알고리즘을 믿는 사람: 84.9% (유튜브 사용자).¹⁷

팩트 체크 안 하는 사람: 88% (악플 심각성 인식하지만 악플 53%).¹⁸

즉각 반응하는 사람: Z세대 하루 55분.¹⁹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50% 이상. 1,600만 명 이상의 BN 유형 시민.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10. 해법의 예고

사유의 복원

아렌트는 묻는다. "악을 막을 수 있는가?"²⁰

그녀의 답: "생각하면 된다. 사유를 회복하면 된다."²¹

짐바르도는 묻는다. "나쁜 통을 바꿀 수 있는가?"²²

그의 답: "시스템을 개혁하면 된다. 나쁜 통을 해체하면 된다."²³

AJIM 모델의 답: 둘 다 필요하다. 사유(Micro) + 통 개혁(Macro).

하지만 지금까지는 계속 실패했다.

1961년 5.16 쿠데타. 1979년 12.12. 1980년 5.18. 2024년 12.3 계엄.

반복된다. 같은 패턴. 같은 구조. 같은 BN.

왜 반복되는가? 사유를 회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통을 해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유를 회복하지 않으면 다음 쿠데타는 더 빨리 올 것이다. 알고리즘이 더 정교해지면 필터 버블이 더 강해지면 에코 챔버가 더 견고해지면 무사유는 더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실질은 사라질 것이다.

26장에서 볼 것이다. 민주주의는 사유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판단하는 시민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5부에서 AJIM 모델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참고문헌

1.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Democracy Index 2024』, 2025.2.27

2. EIU, 위의 보고서

3.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율 통계』, 2022

4.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 통계』, 2024

5. 한국교육개발원, 『2022 한국 교육 통계』, 2023

6. 통계청, 『2023 경제활동인구조사』, 2023

7. 와이즈앱, 『2023년 한국인 앱 사용 시간 보고서』, 2024.1

8. 방송통신위원회,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2023

9. Gustave Le Bon, 『The Crowd: A Study of the Popular Mind』, 1895

10. Le Bon, 위의 책, p.12

11. Le Bon, 위의 책, pp.23-45

12.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963, p.252

13. 대통령실, 「비상계엄 선포문」, 2024.12.3

14.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1951, p.478

15.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율 통계』, 2022

16.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3 필터 버블 조사』, 2023

17.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언론수용자 조사』, 2023

18. 한국리서치, 『2023 악플 인식 조사』, 2023

19. 와이즈앱, 『2023년 한국인 앱 사용 시간 보고서』, 2024.1

20. 한나 아렌트, 『정신의 삶』, 1978, p.178

21. 아렌트, 위의 책, p.179

22. 필립 짐바르도, 『루시퍼 이펙트』, 2007, p.445

23. 짐바르도, 위의 책,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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