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과 부처는 에너지란?

1장. 왜 하필 이 둘인가?

by 한시을

3회 다윈: 19세기 진보의 예언자


우리가 쓰는 "진화"라는 말 자체가 다윈 때문이라는 사실,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그 회사는 계속 진화하고 있어" "기술이 진화했다" "사고방식이 진화해야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윈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정작 다윈이라는 사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왜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사고방식이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을까요?


찻집에서 만난 다윈의 모습을 보니, 그 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 많은 관찰자의 탄생


다윈이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참 신기해요. 저기 보이는 전기차들 말이에요. 제가 어린 시절 본 마차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데, 결국 같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죠."


부처님이 관심 있게 물었습니다. "어떤 목적 말씀이신가요?"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편리하게 이동하려는 욕구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 과정에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도 계속 바뀌어왔다는 점이에요."


다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1831년, 22살 때 비글호에 타고 5년간 세계를 돌았거든요. 그때 본 것들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갈라파고스 섬의 핀치새들이 섬마다 다른 부리를 가지고 있는 걸 보면서 깨달았죠. '아, 환경이 달라지면 생물도 달라진다!'"


[다윈의 관찰]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들은 각 섬의 먹이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부리 모양을 진화시켰다. 씨앗을 먹는 새는 두꺼운 부리를, 곤충을 먹는 새는 가는 부리를, 선인장 꽃꿀을 먹는 새는 긴 부리를 가졌다. 이것이 자연선택의 증거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인간의 에너지 이용도 비슷한 패턴을 보여요. 추운 지역에서는 난방 기술이 발달했고, 더운 지역에서는 냉방 기술이 발달했어요. 석탄이 많은 영국에서는 증기기관이 나왔고, 석유가 많은 중동에서는... 음, 이건 좀 복잡하네요."


부처님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왜 복잡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중동은 석유는 많지만 기술은 서구에서 들어왔거든요. 자원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기술이 발달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문제 해결자로서의 다윈적 사고


다윈이 찻잔을 들며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종의 기원』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증거'였어요. 추측이나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사실들을 모으는 거였죠."


"예를 들어 볼까요? 비둘기 육종가들을 찾아가서 어떻게 다양한 품종을 만들어내는지 직접 봤어요. 바나나가 어떻게 씨 없는 과일이 됐는지, 개가 어떻게 늑대에서 분화됐는지... 모든 걸 직접 확인했죠."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철저한 실증주의자시군요."


"맞아요! 그리고 지금의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추상적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기술로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죠."


다윈이 구체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테슬라를 보세요.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가 환경에 좋다'는 추상적 구호만 외친 게 아니라, 실제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혁신하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율주행까지 결합해서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차를 만들었잖아요."


[현재의 목소리] 테슬라의 성공은 단순히 친환경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 혁신에 있었다. 2012년 모델 S 출시 당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400km 이상으로 늘렸고, 급속충전 기술과 자율주행 기능을 통합했다. 2024년 현재 테슬라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게 바로 적응의 힘이에요. 환경이 변하면 - 이 경우에는 기후변화와 유가상승이라는 환경 변화죠 - 새로운 해법이 등장하는 거예요."


다윈적 사고의 한계와 함정


부처님이 잠시 생각하더니 질문했습니다.


"다윈 선생님의 실증적 접근법은 정말 훌륭해요. 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그 모든 관찰과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빠뜨린 게 있지는 않을까요?"


"빠뜨린 게요? 뭘 말씀하시는 건지..."


"예를 들어, 갈라파고스 핀치새들을 관찰할 때 '왜 새들이 그렇게 다양한 먹이를 먹어야 했을까?'는 생각해 보셨나요?"


다윈이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그건... 생존을 위해서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다면 왜 경쟁해야 할까요? 왜 모든 새가 같은 먹이를 평화롭게 나눠 먹을 수는 없었을까요?"


"그건..." 다윈이 말문이 막혔습니다.


부처님이 부드럽게 계속했습니다.


"테슬라 예시도 마찬가지예요. 기술적으로는 정말 훌륭한 성과죠. 하지만 테슬라 한 대 가격으로 일반 가정이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려하셨나요?"


[부처의 통찰] 개별 기술의 효율성과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은 다를 수 있다. 최신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튬을 채굴하려면 5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이 물의 상당 부분이 남미의 건조한 염호에서 나오는데, 이는 현지 원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파괴한다.


다윈이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다윈 선생님의 관찰법은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적응할 것인가'에는 탁월해요. 하지만 '왜 그렇게 적응해야 하는가', '누가 그 적응의 혜택을 받는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는가'에 대한 질문은 빠져있어요."


19세기 진보주의의 그림자


찻집 안이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다윈이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어요.


다윈이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들으니 떠오르는 게 있어요. 제가 살던 19세기 영국은 정말 역동적인 시대였거든요. 증기기관차가 달리고, 공장이 세워지고, 대영제국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그때는 그 모든 게 '진보'라고 생각했어요.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효율적인 게 무조건 좋은 거라고요."


부처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진보' 뒤에 식민지 착취가 있었고,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이 있었고, 환경 파괴가 있었네요."


"제 진화론도 어쩌면 그런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적자생존'이라는 제 이론이 나중에 사회진화론으로 변질되어서 제국주의나 우생학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기도 했거든요."


[다윈의 성찰] 다윈의 진화론은 본래 생물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었지만, 19세기말부터 사회진화론으로 확장되면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논리로 악용되었다. 이는 제국주의, 인종차별, 우생학 등을 과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


"어쩌면 제가 너무 '어떻게'에만 집중하고 '왜'를 소홀히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부처님이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다윈 선생님의 관찰법과 실증적 접근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에요. 다만 그것에 더 깊은 질문이 더해진다면 더욱 완전해질 것 같아요."


"어떤 질문 말씀이신가요?"


"예를 들어 '더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되, 그 과정에서 누군가 소외되지는 않는가?', '혁신이 일부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같은 질문들이요."


다윈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네요. 방법론에 철학이 더해져야 하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시대의 기술 발전도 다윈이 보여준 것처럼 놀라운 적응력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질문들은 없을까요? 더 나은 기술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다음 회에서는 부처라는 인물을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2500년 전 탐욕의 경고자는 과연 어떤 통찰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다음 회 예고] 제1장 4회 : "부처: 2500년 전 탐욕의 경고자" -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깨달음을 구한 부처의 여정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근본적 문제와 한계를 탐구합니다. 사성제와 팔정도에서 연기론까지, 부처의 사상이 오늘날 에너지 위기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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