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의 합

3화 "64 개의 미로에서 길 찾기 "

by 한시을

3화 64개의 미로에서 길 찾기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과학의 본질이다." - 아인슈타인


2화에서 클러스터 분석이라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그 순간의 기쁨도 잠깐이었어요. 막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니, 앞에 놓인 산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4개 체질 × 16개 성격 = 64개 조합. 숫자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정말 미로 같았어요. 태양인 INTJ부터 시작해서 소음인 ESFP까지... 하나하나가 다 다른 특성을 가진 고유한 조합들이잖아요.


첫 번째 난관: 어떻게 점수를 매길 것인가?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사상체질을 어떻게 숫자로 만들까?"였어요. 소양인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수치로 표현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소양인이면 1, 태음인이면 2..."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곧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소양인이 태음인보다 작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체질에는 우열이 없는데 말이에요.


한의학 책들을 뒤져보니 답이 있었어요. 사상체질은 각각 장기의 강약으로 구분된다는 거죠. 소양인은 비장이 강하고 신장이 약하다, 태음인은 간이 강하고 폐가 약하다... 이런 식으로요.


"그럼 간, 폐, 비, 신 각각에 점수를 주면 되겠네!"


점수화의 시행착오


제가 설정한 점수 체계는 이랬어요:


태양인: 간 1점, 폐 2점, 비 1.5점, 신 1.5점 소양인: 간 1.5점, 폐 1.5점, 비 2점, 신 1점 태음인: 간 2점, 폐 1점, 비 1.5점, 신 1.5점 소음인: 간 1.5점, 폐 1.5점, 비 1점, 신 2점


왜 이렇게 했냐고요? 한의학에서 말하는 "대소(大小)" 개념을 반영한 거예요. 큰 장기는 2점, 작은 장기는 1점, 중간은 1.5점으로요.


MBTI는 좀 더 단순했어요. E면 2점, I면 1점. 이런 식으로 각 차원별로 점수를 매겼죠.


▌"숫자로 바꾸는 순간, 복잡한 인간의 특성이 계산 가능한 데이터가 되었다." - 분석 노트 중에서


두 번째 난관: 64개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점수화는 했지만, 여전히 64개 조합을 어떻게 묶을지 막막했어요. 손으로 하나하나 비교하기에는 너무 많고, 그렇다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실력도 없고...


그때 발견한 게 K-means 클러스터링이라는 방법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주는 방법이죠.


상상해 보세요. 64명의 사람이 넓은 운동장에 서 있다고 해요. 각자 손에는 자신의 특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고요. K-means는 이 사람들을 비슷한 특성끼리 모여 앉게 해주는 마법 같은 방법이에요.


몇 개 그룹으로 나눌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몇 개 그룹으로 나눌지 정해야 하는 거예요. 3개? 5개? 10개?


너무 적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너무 많으면 복잡해질 것 같았어요. 여러 번 시도해 본 결과, 5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64개보다는 훨씬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구분은 가능한 숫자였거든요.


드디어 첫 분석!


설레는 마음으로 첫 번째 분석을 돌려봤어요. 제가 설정한 점수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K-means 클러스터링을 실행했죠.


결과가 나오는 순간... 정말 신기했어요! 컴퓨터가 자동으로 64개 조합을 5개 그룹으로 나눠준 거예요. 마치 퍼즐 조각들이 저절로 맞춰지는 것 같았달까요?


물론 이게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전까지의 막막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는 거예요. "아, 뭔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하는 희미한 확신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의문도 많았어요


첫 번째 결과를 보면서 여러 의문이 들었어요. "이 분류가 정말 의미가 있을까?" "우연의 일치는 아닐까?" "다른 방법으로 점수를 매기면 다른 결과가 나올까?"


특히 걱정됐던 건 제가 임의로 설정한 점수들이었어요. 소양인 비장을 2점으로 준 게 정말 적절했을까요? 1.8점이나 2.2점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그래서 여러 번 점수를 조정해 가며 분석을 반복했어요. 놀랍게도 점수를 조금씩 바꿔도 대체적인 그룹 구성은 비슷하게 나왔어요. 이게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차례 분석을 반복하면서 어렴풋이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외향적인 성격과 활발한 체질이 함께 묶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반대로 내향적이고 신중한 특성들도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는 것 같았고요.


"혹시 정말 몸과 마음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 건 아닐까?"


이 생각이 들었을 때의 설렘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같은 기분이었어요.


혹시 여러분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어본 경험이 있나요?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 보였는데, 방법을 찾고 나니 의외로 간단했던 순간들 말이에요. 그런 경험담을 댓글로 나눠주세요!


[다음 회] 4화: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 드디어 64개 조합이 5개 그룹으로 정리되는 순간과 그 놀라운 결과를 공유해 보겠습니다.


� 용어 정리

K-means 클러스터링 : 데이터를 미리 정한 개수의 그룹으로 자동 분류하는 통계 분석 방법

점수화 : 질적인 특성을 비교 가능한 숫자로 변환하는 과정

장기의 대소 : 사상체질에서 각 체질별로 상대적으로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를 구분하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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