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본소득이 답이다

1장 반복되는 역사

by 한시을

2화: 사라진 직업들의 역사 - 마부에서 사진현상사까지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혹시 지금은 사라진 직업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 있을까요?


저희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마을에 대장간이 있었고,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사진관이 동네마다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20대, 30대 여러분들은 "사진 현상"이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죠. 불과 20년 만에 완전히 사라진 직업이에요.


이런 변화가 과연 우연일까요? 아니면 어떤 패턴이 있는 걸까요? 오늘은 지난 200년간 사라진 직업들을 통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변화의 본질을 살펴보겠습니다.


200년 전, 마부가 사라지던 날


1900년대 초 뉴욕의 한 마부 존슨을 상상해 보세요. 그는 아침 5시에 일어나 말에게 먹이를 주고, 마차를 정비한 후 손님들을 태우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부는 당시 대도시의 핵심 직업이었어요. 뉴욕에만 20만 명이 넘는 마부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1908년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된 자동차 '모델 T'를 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시끄럽고 냄새나는 괴물"이라고 사람들이 비웃었어요. 마부들도 "말이 더 믿을 만하다"며 안심했죠.


하지만 10년 후, 존슨과 같은 마부들은 거의 모두 다른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자동차가 마차보다 빠르고 효율적이었거든요. 더 중요한 건 가격이었어요. 모델 T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일반인도 살 수 있게 되자, 마부라는 직업은 급속히 사라졌습니다.


[과거 사례] 1900년 미국에는 약 50만 명의 마부가 있었지만, 1930년에는 1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30년 만에 98%가 사라진 셈입니다. 같은 기간 자동차는 8,000대에서 2,300만 대로 늘어났습니다.


사진현상사, 20년 만에 완전히 사라지다


이제 좀 더 가까운 시대로 와봅시다. 혹시 2000년대 초반을 기억하시나요? 여행 다녀오면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며칠 후에 찾으러 가던 그 시절 말이에요.


당시 동네마다 있던 사진관의 사장님들을 생각해 보세요. 정말 전문기술자였어요. 필름 현상액의 온도와 농도를 정확히 맞춰야 했고, 인화지의 종류에 따라 다른 기법을 써야 했거든요. 수십 년 경험이 필요한 숙련 기술이었죠.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고, 201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바로 화면에서 볼 수 있고, 마음에 안 들면 즉시 삭제할 수 있게 되었어요. 굳이 필름을 사서 현상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2005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2만 개가 넘던 사진관이 지금은 200개도 안 남았어요. 대부분 증명사진이나 액자 제작 등으로 업종을 바꿨죠.


[현재 데이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사진현상업체는 2005년 22,341개에서 2020년 186개로 99.2%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디지털카메라 보급률은 30%에서 95%로 늘어났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0%에서 95%가 되었습니다.


중간에 사라진 직업들의 행렬


마부와 사진현상사 사이에도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졌습니다.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1920년대 - 전화교환수 "여보세요, 어디로 연결해 드릴까요?" 전화를 걸 때마다 교환수가 손으로 선을 연결해 주던 시절이 있었어요.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이었죠. 하지만 자동교환기가 발명되면서 사라졌습니다.


1950년대 - 엘리베이터 운영자
백화점이나 호텔 엘리베이터에는 항상 운영자가 있었어요. "몇 층입니까?"라고 물어보고 버튼을 눌러주는 사람들이죠. 자동 엘리베이터가 보급되면서 이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1980년대 - 타이피스트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에는 타자기로 문서를 작성하는 전문가들이 있었어요. 빠르고 정확한 타자는 정말 전문기술이었거든요.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문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죠.


1990년대 - 계산원 요즘은 모든 계산을 컴퓨터가 하지만, 예전에는 주판이나 계산기로 복잡한 계산을 하는 전문가들이 있었어요. 특히 은행이나 회계사무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었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직업들이 사라진 것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혹시 이런 변화가 단순한 우연의 연속일까요?


사라짐의 패턴, 그리고 공통점


이렇게 다양한 직업들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첫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마부가 사라지는 데는 30년이 걸렸지만, 사진현상사는 15년, 최근에는 몇 년 만에 사라지는 직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둘째, 숙련도와 상관없이 사라집니다. 마부도, 사진현상사도, 타이피스트도 모두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직이었어요. 하지만 기술 앞에서는 숙련도가 별 소용이 없었죠.


셋째, 대체 기술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입니다. 자동차가 마차보다,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보다 편했으니까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술을 선택했습니다.


넷째, 처음에는 모두 "설마"라고 생각했어요. "자동차가 말을 대체하겠어?",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을 없앨 수 있겠어?" 기존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회의적이었죠.


지금, 누구의 차례인가?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AI와 자동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또 어떤 직업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을까요?


[미래 시나리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2013년 발표한 연구에서 미국 일자리의 47%가 향후 10-20년 내에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이 2024년 분석한 결과, 제조업 일자리의 40%, 서비스업 일자리의 25%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용접공, 조립공, 품질검사원 등이 위험군에 포함됩니다. 이미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에서는 생산라인에 AI 로봇을 대거 도입하고 있어요.


서비스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창구직원, 여행사 직원, 번역가, 심지어 의료 분야의 일부 직종까지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물론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AI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로봇 정비사 같은 직업들이죠. 하지만 문제는 사라지는 일자리가 생기는 일자리보다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와 지금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거든요.


200년 전 마부들은 자동차가 온다는 걸 미리 알 수 없었어요. 20년 전 사진현상사들도 디지털 혁명의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AI 기술의 발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요.


더 중요한 건, 이제 우리에게는 개인이 혼자 적응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정책,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시민사회의 연대 같은 것들 말이에요.


역사를 보면 기술 발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어요. 러다이트들이 기계를 부쉈지만 산업혁명은 계속되었죠. 하지만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과거 토지개혁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도왔듯이, 지금도 AI 시대로의 전환을 돕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혹시 우리의 직업도 위의 직업들처럼 언젠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개인의 노력만으로 충분할까요, 아니면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까요?


[다음 회 예고] 3화: "승자와 패자 - 산업혁명 대응 국가별 결과" - 똑같은 기술 변화 앞에서도 나라마다 결과가 달랐던 이유를 분석하고, 현재 AI 혁명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용어 해설]

자동화: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나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하는 것. 단순 반복 작업부터 복잡한 판단까지 포함

디지털 혁명: 1950년대부터 시작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술 발달이 핵심

기술적 실업: 기술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 새로운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때 나타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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