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과 부처는 에너지란?

1장 왜 하필 이 둘인가?

by 한시을

5회. 만날 수밖에 없는 당위성


최근 화제가 된 뉴스 하나를 소개해드릴게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명상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루 20분씩 앱을 통해 마음챙김 연습을 한다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기업가 중 하나가 왜 갑자기 명상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동시에 달라이 라마는 최근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이 인류의 고통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AI와 로봇 기술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최첨단 기술자는 고대 명상법을 찾고, 종교 지도자는 최신 과학을 반긴다니요.


어쩌면 이것이 우리 시대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기술만으로도, 철학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등장했다는 신호 말이에요.


21세기 위기의 복합성


부처님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다윈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2500년 전에 발견한 문제들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에요."


다윈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150년 전에 관찰한 적응의 원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규모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19세기에는 한 지역의 문제였던 것들이 이제는 지구 전체의 문제가 되었거든요."


부처님이 촛불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맞아요. 제가 말한 탐욕의 문제도 이제는 개인의 마음 차원을 넘어섰어요. 시스템 자체가 끝없는 성장과 소비를 요구하고 있거든요."


[현재의 목소리] 2024년 독일에서는 총 431.7TWh의 전기가 생산됐는데, 전체 발전량의 59%를 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했다(1). 그러나 동시에 마이너스 가격 시간은 457시간으로 지난해 대비 51.8% 증가했다(2).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공급 과잉이 발생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력망과 저장 기술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다윈이 구체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세요. 스마트폰 하나를 만들려면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나오는 재료들이 필요해요. 리튬은 칠레에서, 코발트는 콩고에서, 희토류는 중국에서... 그리고 조립은 중국에서, 디자인은 미국에서, 소프트웨어는 인도에서..."


"정말 복잡하네요."


"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콩고의 코발트 광산에서 아동 노동이 일어나면, 그게 결국 우리 주머니 속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있는 거죠."


방법론과 물음의 만남이 필요한 이유


부처님이 깊이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 연기론과 다윈 선생님의 적응론을 합쳐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다윈 선생님의 강점인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와 제 강점인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결합하는 거예요. 똑똑한 적응에 지혜로운 적응을 더하는 거죠."


다윈이 흥미롭게 물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예를 들어, 전기차를 개발할 때 단순히 '어떻게 더 효율적인 배터리를 만들 것인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왜 우리에게 이동성이 필요한가', '정말 개인용 자동차가 최선의 해법인가', '이 기술이 전체 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도 함께 고민하는 거예요."


[부처의 통찰] 진정한 해결책은 기술적 혁신과 철학적 성찰이 만날 때 나온다. 기술은 '어떻게'를 해결하지만 '왜'와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 없이는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없다. 반대로 철학적 성찰만으로는 구체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시스템적 사고와 실증적 방법의 결합


다윈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제 관찰법에 부처님의 연기론적 사고를 더하는 건가요?"


"정확해요. 다윈 선생님은 개별 현상을 정확히 관찰하는 데 탁월하시잖아요. 거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시각을 더하면..."


"전체를 보면서도 세부를 놓치지 않는 해법을 찾을 수 있겠네요!"


부처님이 구체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덴마크를 보세요. 그 나라는 1973년 오일쇼크를 겪으며 재생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합심하여 풍력발전으로의 전환정책을 추진했습니다(3). 특히 '원스톱 숍(One-stop Shop)' 제도를 도입하여 해상풍력사업의 인허가 창구를 단일화하였으며, 전력이 필요한 주민들이 직접 '풍력발전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풍력단지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는 수익을 기업과 주민이 공유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지역난방 시스템을 구축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풍력발전을 개발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동시에 '히게(Hygge)'라는 삶의 철학을 통해 과도한 소비보다는 행복한 삶에 집중했어요."


"히게요?"


"네, 덴마크어로 '아늑함'이라는 뜻이에요. 큰 집이나 비싼 차를 갖는 것보다, 가족·친구와 촛불 켜고 차 마시며 보내는 따뜻한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에너지 소비도 줄어들었고요."


[다윈의 관찰] 덴마크의 성공은 기술적 혁신과 사회적 가치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덴마크발전협회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얻은 전력이 80%에 달해 역대 최고 비율을 갱신했다고 발표했다(4). 풍력발전 기술 개발(방법론)과 삶의 질에 대한 새로운 관점(물음)이 결합되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덴마크는 1인당 GDP는 높으면서도 에너지 소비는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가 되었어요. 기술과 철학이 만났기 때문이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접근법


찻집 안이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어요.


다윈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살던 19세기는 아직 지구의 한계를 몰랐던 시대였어요.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죠."


"그리고 제가 살던 고대에는 기술의 힘을 몰랐어요. 개인의 깨달음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부처님이 촛불을 바라보며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우리는 지구의 한계를 알고 있고, 동시에 기술의 엄청난 힘도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두 관점을 모두 활용해야겠네요." 다윈이 마저 말했습니다.


"맞아요. 이제는 '기술을 통한 적응'과 '욕망에 대한 성찰'이 분리될 수 없어요. 함께 가야 해요."


부처님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이 시대에 만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각각의 한계를 서로 보완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21세기 에너지 문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다윈이 테이블에 손을 모으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보이네요."


"어떤 일이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항상 두 질문을 함께 던지는 거예요. '어떻게 기술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와 '왜 이런 문제가 생겼고,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가'를요."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해법을 연기론적으로, 즉 전체 시스템의 연결고리를 고려해서 설계하는 거고요."


"네, 태양광 패널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그것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미치는 변화, 다른 에너지원과의 관계까지 모두 고려하는 거죠."


[현재의 목소리] 독일의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정책이 좋은 예다. 2011년 중반부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쳤다(5). 단순히 재생에너지 기술만 도입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지역 공동체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며, 에너지에 대한 시민 의식도 함께 변화시켰다.


"결국 우리가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윈이 잠시 멈췄다가 말했습니다.


"21세기 문제들이 19세기식 해법이나 고대식 해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겠네요."


부처님이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네, 이제는 과학자의 눈과 철학자의 마음이 함께해야 할 때예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로 우리 시대는 기술적 해법과 철학적 성찰이 함께 만나야 할 때일까요? 그리고 여러분 자신의 삶에서도 이런 두 관점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다음 회부터는 다윈이 말하는 에너지의 진실을 본격적으로 탐구해보겠습니다.


[다음 회 예고] 제2장 6회차: "에너지는 생존의 도구다" -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인류 에너지 이용의 역사와 논리를 살펴봅니다. 불의 발견부터 핵에너지까지, 생존을 위한 인류의 끝없는 적응 과정과 그 성공 요인들을 분석하며, 미래 에너지 기술 발전 방향을 예측해봅니다.


[참고자료]

(1),(2) KOTRA 독일 무역관, "독일 전력 시장 현황과 2025년 에너지 분야의 주요 과제", https://dream.kotra.or.kr, 2025

(3) 국가전략정보포털, "덴마크 재생에너지 전환정책 및 성공요인", https://nsp.nanet.go.kr, 2024

(4) 전기신문, "재생에너지의 나라 덴마크(4.끝) 재생에너지 7.5%가 80%를 바라보며", 2022년 10월 25일

(5) 프레시안, "재생에너지 강국 독일과 덴마크의 '에너지 전환' 이야기", 2020년 3월 27일


이전 05화다윈과 부처는 에너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