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과 부처는 에너지란?

2장 다윈이 말하는 에너지의 진실

by 한시을

8회. 선택과 적응: 에너지 획득의 논리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문을 닫은 석탄 발전소는 31기인데, 새로 지어진 태양광 발전소는 무려 3만 기가 넘습니다. 100년 넘게 에너지 산업을 지배했던 화석연료 기업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10년 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재생에너지 회사들이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게 우연일까요?


다윈이 흥미롭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부처님, 지금 에너지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제가 갈라파고스에서 관찰한 것과 정확히 같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자연선택이 실시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환경이 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종과 사라질 종이 갈라지고 있죠."


에너지 산업의 대멸종


다윈이 찻잔을 놓고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에너지 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세요? 마치 65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부처님이 호기심 있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극적인 변화인가요?"


"네, 생각해 보세요. 엑손모빌은 2013년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어요. 그런데 2023년에는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 중 1위가 되었고, 중국의 BYD가 배터리 기업으로 급성장했죠."


다윈이 구체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석유 가격이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어요. 기름을 가져가면서 돈까지 준다는 뜻이에요! 반면 태양광 패널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요."


[현재의 목소리]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태양광 발전 비용은 89% 하락했다(1). 같은 기간 석유 가격의 변동성은 400%를 넘나들었다. 안정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우위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생존하는 기업들의 특징


"그럼 어떤 기업들이 살아남고 있나요?"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다윈이 핵심을 짚었습니다.


"바로 '적응'에 성공한 기업들이에요. 예를 들어 덴마크의 오스테드(Ørsted)라는 회사를 보세요."


"어떤 회사인가요?"


"원래는 석유와 가스를 다루는 화석연료 회사였어요. 그런데 2017년부터 해상풍력 발전으로 완전히 사업을 전환했죠. 지금은 세계 1위 해상풍력 기업이 되었어요."


다윈이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이건 마치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한 것과 같아요.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빠르게 적응한 거죠."


부처님이 관심 있게 물었습니다. "그런 적응에 성공한 다른 사례도 있나요?"


"물론이에요!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석유로 번 돈을 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비전 2030' 프로젝트로 탈석유 경제를 준비하고 있고요."


선택압의 정체


다윈이 더욱 열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요? 바로 새로운 '선택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선택압들인가요?"


"첫 번째는 기후변화예요. 파리기후협약 이후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에 페널티를 부과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하죠."


다윈이 구체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유럽의 탄소 배출권 가격이 2020년 톤당 25유로에서 2023년 80유로까지 올랐어요(2). 석탄 발전소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죠."


[다윈의 관찰] 탄소 가격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선택압이지만, 자연선택만큼 강력하다. 탄소 배출 비용이 상승하면서 고탄소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저탄소 기업들이 생존 우위를 갖게 된다. 이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친환경 기술을 선택하게 만드는 진화적 메커니즘이다.


기술 진화의 속도


"두 번째 선택압은 기술 발전 속도예요." 다윈이 계속했습니다.


"배터리 기술을 보세요. 2010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kWh당 1,100달러였는데, 2023년에는 139달러로 떨어졌어요. 거의 8분의 1 수준이죠."


부처님이 놀라며 말했습니다. "정말 급격한 변화네요."


"그래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지기 시작했어요. 테슬라 모델 3의 총 소유 비용이 이미 비슷한 급의 가솔린 차보다 낮아졌거든요."


다윈이 흥미로운 관찰을 덧붙였습니다.


"이건 마치 새로운 종이 기존 종의 생태적 지위를 빼앗는 과정과 똑같아요. 더 효율적이고, 더 경제적이고, 더 환경친화적인 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거죠."


소비자 선택의 힘


"세 번째 선택압은 소비자 행동 변화예요." 다윈이 설명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환경을 중시하기 시작했어요. 이들은 기꺼이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고요."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020년 300만 대에서 2023년 1400만 대로 4배 이상 증가했어요(3). 그리고 개인용 태양광 설치도 급증하고 있고요."


다윈이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습니다.


"소비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는 거예요. 지갑으로 투표하면서 어떤 기술이 살아남을지 결정하고 있죠."


적응 전략의 다양성


"그런데 흥미로운 건, 각 기업들이 다른 적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윈이 말했습니다.


"어떤 다른 전략들이 있나요?"


"첫 번째는 '완전 전환' 전략이에요. 앞서 말한 오스테드처럼 사업 모델을 아예 바꾸는 거죠."


다윈이 계속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는 '점진적 적응' 전략이에요. 쉘이나 BP 같은 석유 회사들이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식이죠."


"세 번째는?"


"'틈새 생존' 전략이에요. 석유화학 제품이나 특수 용도에 특화해서 살아남는 거예요. 플라스틱, 의약품, 비료 등은 당분간 대체하기 어려우니까요."


[현재의 목소리]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업들의 적응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4). 완전 전환(10%), 점진적 적응(60%), 틈새 생존(30%)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각각 다른 리스크와 수익성을 갖는다.


새로운 생태계의 출현


부처님이 전체적인 그림을 묻습니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나요?"


다윈이 신나게 대답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가 나타나고 있어요!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배터리 회사, 전기차 메이커, 충전 인프라 업체,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사..."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나요?"


"서로 공생하는 관계예요. 전기차가 많이 팔릴수록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태양광 저장 시스템이 더 보편화되고, 그러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죠."


다윈이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이건 마치 꽃과 벌의 공진화와 같아요. 서로 도움을 주면서 함께 발전하는 거죠."


생존의 핵심 요소


"그럼 이 격변기에 살아남으려면 어떤 특성이 필요할까요?" 부처님이 핵심을 물었습니다.


다윈이 진지하게 답했습니다.


"첫 번째는 '변화 감지 능력'이에요. 환경 변화를 빨리 알아차리는 기업이 먼저 적응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학습 능력'이죠.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해요. 기존 석유 회사들 중에서도 해상 시추 기술을 해상 풍력으로 응용한 회사들이 성공하고 있어요."


다윈이 마지막 포인트를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는 '위험 감수 능력'이에요. 새로운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죠."


진화는 계속된다


다윈이 마무리하며 말했습니다.


"결국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자연선택의 완벽한 사례예요. 환경이 변하면서 적응에 성공한 종은 번영하고, 실패한 종은 도태되는 거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더 가속화될 거예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더 빨리 사라질 거고,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나타날 거예요."


다윈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10년 후에는 지금의 에너지 산업 지도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거예요. 이게 바로 진화의 힘이죠."


부처님이 조용히 듣고 있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습니다.


"정말 설득력 있는 설명이네요. 하지만 다윈 선생님, 혹시 이 모든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다윈이 궁금해하며 물었습니다.


"어떤 관점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부처님이 잔잔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건 다음에 천천히 나누어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정말 자연선택과 같은 과정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투자하거나 관심 있는 기업들은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요?


혹시 여러분도 개인 차원에서 에너지 선택을 바꾸고 계신가요? 전기차 구매, 태양광 설치, 에너지 절약 등...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거대한 산업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나눠주세요.


[다음 회 예고] 제2장 9회 차: "경쟁이 만든 기술 발전" - 다윈이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에너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분석합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경쟁부터 전기차 충전 속도 경쟁까지, 치열한 경쟁이 어떻게 혁신을 가속화하는지 진화론적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참고자료]

(1)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재생에너지 비용 보고서 2024", 2024

(2)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 ETS), "탄소 가격 동향 보고서", 2023

(3)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 "전기차 시장 전망 2024", 2024

(4) 맥킨지, "에너지 전환기 기업 전략 보고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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