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본소득이 답이다

2장 AI 충격의 현실

by 한시을

8화 : 왜 재교육도 노동시간 단축도 답이 아닌가


응급실에 심장마비 환자가 실려 왔습니다. 의료진들이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해 보죠.


"물리치료를 해보자!" "진통제를 투여하자!" "영양제를 놓아보자!" 하지만 환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아요. 오히려 시간만 흘러갈 뿐이죠.


그때 경험 많은 의사가 말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수혈입니다. 다른 치료는 나중에 해도 되지만, 지금 당장 피를 공급하지 않으면 환자가 죽습니다."


AI 시대 대량실업이라는 경제적 심장마비 앞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여러 '치료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작 응급상황에 맞는 처방인지는 의문입니다.


재교육,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기업 지원... 이 모든 것들이 왜 AI 시대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재교육이라는 물리치료의 한계


가장 많이 제시되는 해법이 '재교육'이에요. "AI가 일자리를 빼앗아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된다"는 논리죠. 하지만 이는 마치 심장마비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권하는 것과 같아요.


물리치료는 분명 좋은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근육을 강화하고 운동 능력을 회복하는 데는 몇 달, 몇 년이 필요하죠. 지금 당장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는 부적절한 처방이에요.


재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2년이 걸려요. 그런데 AI 충격은 몇 개월 만에 일어나거든요.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20년간 일한 김현수 씨(49)의 사례를 보죠. 회사에서 AI 로봇 도입으로 인력을 30% 감축한다고 발표했어요. 김현수 씨는 정부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6개월 과정인데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20대들과 함께 코딩을 배우는데, 머리가 안 돌아가요. 그리고 6개월 후에 정말 취업이 될까요?"


[현재 데이터: 재교육 프로그램의 현실] 정부 재교육 프로그램 연간 정원: 50만 명. AI 관련 과정 비중: 15% (7.5만 명). 40세 이상 완료율: 45%. 완료 후 취업률: 62%. 평균 교육 기간: 8.5개월(고용노동부, 직업능력개발 현황 2024)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해요. AI로 영향받을 사람이 400만 명인데, 재교육으로 커버할 수 있는 인원은 연간 7.5만 명뿐이에요. 모든 사람을 재교육하려면 53년이 걸리는 셈이죠.


게다가 나이의 벽도 있어요. 50대가 20대와 같은 속도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뇌과학적으로도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술 습득 능력은 떨어진다는 게 입증되어 있어요.


더 큰 문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예요. 지금 가르치는 AI 기술도 2-3년 후에는 또 다른 AI에게 대체될 수 있거든요. 그럼 또 재교육을 받아야 하나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진통제의 착각


두 번째로 많이 나오는 해법이 '노동시간 단축'이에요. "주 52시간을 40시간으로, 40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면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다"는 논리죠.


하지만 이는 마치 심장마비 환자에게 진통제를 주는 것과 같아요. 일시적으로 아픔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거든요.


노동시간 단축의 전제 조건은 '해야 할 일의 총량이 일정하다'는 것이에요. 10시간짜리 일을 5명이 2시간씩 나눠서 하는 개념이죠.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전제가 무너져요.


AI가 인간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애초에 해야 할 일의 총량 자체가 줄어들어요. 10시간짜리 일을 AI가 1시간 만에 끝내버리면, 9시간분의 일자리는 완전히 사라지는 거예요.


프랑스가 1998년에 도입한 주 35시간 근무제를 보죠. 실업률을 낮추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과거-현재 사례: 프랑스 노동시간 단축 실험] 1997년 (도입 전): 실업률 11.8%. 2002년 (도입 후): 실업률 8.8%. 2024년 (현재): 실업률 7.4% (프랑스 통계청, 2024)


겉보기에는 성공한 것 같지만, 부작용도 컸어요.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고용 창출을 꺼리게 됐거든요. 특히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20%를 넘나들고 있어요.


게다가 AI 시대에는 상황이 더 복잡해져요. 노동시간을 줄여도 AI는 24시간 일할 수 있거든요. 결국 인간 vs AI 경쟁에서 인간이 더 불리해지는 결과만 낳을 수 있어요.


창원의 한 기계업체 사장은 솔직하게 말해요. "근무시간을 줄이면 인건비는 그대로인데 생산량은 떨어져요. 그럴 바에야 AI 로봇을 더 도입하는 게 나아요."


일자리 나누기라는 임시 붕대


세 번째 대안은 '일자리 나누기'에요.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두 사람이 나눠서 하자"는 아이디어죠.


이는 마치 작은 상처에 붕대를 감는 것과 같아요. 일상적인 부상에는 효과적이지만, 대출혈에는 무력하죠.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첫째, 분할 가능한 업무여야 해요. 둘째, 생산성 손실이 크지 않아야 해요. 셋째, 기업비용 부담감당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들은 대부분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아요. 용접, 조립, 검사 같은 제조업 업무는 분할하기 어렵고, 분할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져요.


더 큰 문제는 비용이에요. 한 명에게 300만 원 주던 일을 두 명이 나눠하면 각각 150만 원씩 줘야 하는데, 그럼 최저임금도 안 돼요. 그렇다고 각각 300만 원씩 주면 인건비가 2배로 늘어나죠.


독일의 '쿠르츠아르바이트(단축근무)' 제도를 보면 한계가 명확해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시방편에 불과했어요.


[현재 데이터: 독일 단축근무 제도 현황] 2020년 코로나 시기 최대 이용자: 600만 명. 2024년 현재 이용자: 15만 명. 평균 이용 기간: 8.5개월. 정규직 전환율: 34% (독일 연방고용청, 2024)


보시는 것처럼 일시적 위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구조적 변화에는 한계가 있어요. AI 혁명은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거든요.


기업 지원이라는 영양제의 착각


네 번째 대안은 '기업 지원 강화'예요. "기업을 도와주면 고용을 늘릴 것이다"는 논리죠.


하지만 이는 마치 심장마비 환자에게 영양제를 주는 것과 같아요. 평상시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응급상황에는 소용없어요.


AI 도입으로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을 준다고 해서 고용을 늘릴까요?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높아요. 여유 자금이 생기면 AI 도입을 더 가속화할 수 있거든요.


경기도 안산의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사례를 보죠. 정부 지원으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는데, 결과적으로 인력을 20% 줄였어요.


"지원금 덕분에 최신 설비를 도입할 수 있었어요. 생산성은 50% 늘었지만, 필요한 인력은 줄어들었어요." 회사 사장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미래 시나리오: 기업 지원의 역설적 결과] 정부 기업 지원 1조 원 투입 AI 도입 가속화로 생산성 30% 향상하지만 고용은 15% 감소 결과: 지원금이 일자리 감소를 촉진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 논리예요.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이지 고용 극대화가 아니거든요. 아무리 지원을 해줘도 AI가 더 효율적이면 AI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예요.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어요. 생존이 걸린 문제니까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잘못된 처방


다섯 번째로 나오는 해법이 '최저임금 인상'이에요.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는 논리죠.


하지만 이는 마치 열이 나는 환자에게 이불을 더 덮어주는 것과 같아요.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어요.


AI 시대에 최저임금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들이"그럴 바에야 AI를 쓰겠다"라고 할 가능성이 높아요. 인간 노동자의 비용 대비 효율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이죠.


실제로 2018년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16.4%)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계산대 도입이 급속히 늘어났거든요.


[과거 사례: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효과] 최저임금 인상률: 16.4% (7,530원). 소상공인 고용 변화: -2.1%. 무인계산대 설치 증가율: 340%. 편의점 야간 무인운영 확산: 35% → 65%(고용노동부, 소상공인연합회 2019)


AI 시대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거예요.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AI 도입의 경제적 유인이 커지거든요.


물론 충분한 소득 보장은 필요해요. 하지만 그 방법이 '임금 인상'일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소득 보장'이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죠.


창업 지원이라는 허상


여섯 번째 대안은 '창업 지원'이에요. "일자리가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라"는 논리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창업가가 될 수는 없어요. 창업에는 특별한 재능과 자본, 그리고 위험 감수 능력이 필요하거든요.


더 큰 문제는 시장의 한계예요. 400만 명이 모두 치킨집을 차리면 어떻게 될까요? 과당경쟁으로 서로 망하는 길이에요.


창업 성공률을 보면 현실이 보여요. 한국의 창업 기업 중 3년 후에도 살아남는 비율은 38% 뿐이에요(중소벤처기업부, 2024). 10개 중 6개는 망한다는 뜻이죠.


코로나19 때 대량 해고된 사람들 중 일부가 배달업에 뛰어들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배달 기사들끼리 과당경쟁으로 수입이 급감했어요.


더욱이 AI 시대에는 창업조차 어려워져요. AI가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미 AI가 주식 거래, 부동산 분석, 마케팅까지 하고 있어요.


진짜 필요한 건 수혈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대안들은 모두 평상시에는 효과적인 정책들이에요. 하지만 AI라는 급격한 충격 앞에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재교육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노동시간 단축은 AI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고, 일자리 나누기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기업 지원은 오히려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최저임금 인상은 자동화를 촉진하고, 창업 지원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 어려워요.


그렇다면 진짜 필요한 건 뭘까요? 바로 '수혈'이에요. 경제라는 몸에 직접적으로 혈액(돈)을 공급하는 거죠.


기본소득이 바로 그 수혈이에요.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서, 당장의 생계 걱정 없이 새로운 적응 시간을 벌어주는 거죠.


기본소득은 다른 정책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요.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이에요. 재교육을 받든, 창업을 하든, 새로운 일자리를 찾든, 그동안 기본적인 생계는 보장되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과거와는 왜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그래서 더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한지 살펴보도록하겠습니다.


[다음 회 예고] 9화: "이번엔 다르다 - 수십 년 vs 수년, 급진적 AI 혁명" - 과거 산업혁명과 현재 AI 혁명의 결정적 차이점을 분석하고, 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대응이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용어 해설]

쿠르츠아르바이트 : 독일의 단축근무 제도, 경기 침체 시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임금을 지원

창업 성공률 : 창업 후 일정 기간 사업을 지속하는 기업의 비율

자동화 유인 :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기업이 자동화를 선택하게 되는 경제적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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