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AI 충격의 현실
심장이 멈추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처음 3분간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의식을 잃기 시작하죠. 5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10분 후에는 다른 장기들도 하나둘 기능을 멈춰요. 결국 온몸이 차례대로 무너져 내립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라는 심장이 멈추면 전체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붕괴해요. 지난 회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존 사회보장제도는 AI 충격을 감당할 수 없어요. 1970년대 건물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하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개별 제도의 실패가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AI로 40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이었다면, 매월 1조 2천억 원의 소비가 사라져요. 연간으로 치면 14조 4천억 원입니다.
하지만 실제 타격은 더 클 거예요. 일자리를 잃지 않은 사람들도 불안해서 소비를 줄이거든요. "나도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돈을 아껴야지" 하는 심리죠.
[현재 데이터: 소비 위축 시뮬레이션] 직접 실업자 소비 감소: 연 14.4조 원. 간접 소비 위축 (20% 감소): 연 60조 원. 총 소비 감소: 연 74.4조 원. GDP 대비 비중: 약 3.6% (한국은행, 민간소비 통계 2024 기준)
74조 원이면 어느 정도 규모일까요? 2024년 정부 예산이 656조 원이니까, 그의 11%에 해당해요. 마치 경제라는 몸에서 혈액의 10%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과 같죠.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매니저는 걱정이 많아요. "작년부터 매출이 20% 줄었어요. 고급 브랜드는 더 심하고요. 사람들이 명품 대신 생필품만 사더라고요."
부산의 한 전통시장 상인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에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요즘은 한산해요. 다들 지갑을 꽁꽁 닫고 있어요."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해요. 마치 혈액순환이 안 되니까 각 장기들이 산소 부족에 시달리는 것처럼요.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소매업입니다. 백화점, 마트,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이 급감하죠. 그다음은 외식업, 레저업, 자동차업 순이예요.
경기도 평택의 한 자동차 영업소 사장은 이렇게 말해요. "작년에 월 50대 팔던 게 지금은 20대도 안 돼요. 사람들이 새 차 사는 걸 미루고 있어요."
문제는 이런 업체들이 고용을 더 줄인다는 점이에요. 매출이 떨어지니까 직원을 해고하거나 신규 채용을 중단하죠. 그러면 실업자가 더 늘어나고, 소비는 더욱 줄어들어요.
[과거-현재-미래 사례: 소매업 고용 변화] 2019년 (코로나 이전): 소매업 종사자 280만 명. 2024년 (AI 도입 초기): 소매업 종사자 265만 명. 2027년 (AI 본격화 시): 소매업 종사자 220만 명 예상
이렇게 1차 실업 → 소비 감소 → 2차 실업의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마치 심장마비로 뇌에 산소가 안 가니까 뇌가 다른 장기들에게 신호를 제대로 못 보내는 것처럼요.
소비가 줄고 기업 매출이 떨어지면 세금 수입도 감소해요. 국가 재정이라는 혈관에 혈전이 생기는 거죠.
부가가치세부터 타격을 받아요. 소비가 74조 원 줄어들면 부가가치세는 약 7조 원 감소해요(세율 10% 기준).
소득세도 마찬가지예요. 400만 명이 실업하면 소득세가 연간 4조 원 줄어들어요(1인당 연 100만 원 추정).
법인세는 더 심각해요. 기업들 매출이 떨어지면 이익이 급감하거든요. 매출이 20% 줄어들어도 이익은 50% 이상 떨어질 수 있어요. 고정비 때문이죠.
[미래 시나리오: 세수 감소 시뮬레이션] 부가가치세 감소: 7조 원. 소득세 감소: 4조 원. 법인세 감소: 8조 원. 총 세수 감소: 19조 원. (연간) 전체 세수 대비: 약 6% (기획재정부, 2024년 세수 실적 기준)
19조 원이면 어느 정도일까요? 2024년 보건복지부 예산이 78조 원인데, 그의 4분의 1에 해당해요. 마치 환자의 혈관이 막혀서 중요한 장기에 피가 안 가는 상황이죠.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요. 실업자는 늘어나서 복지 지출은 늘려야 하는데, 세금 수입은 줄어드는 거죠.
실업급여만 해도 엄청난 부담이에요. 현재 월 65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늘어나면 월 지출이 6배 증가해요. 연간 10조 원 이상 필요하죠.
하지만 정부 예산은 19조 원이나 줄어들었어요. 어디서 돈을 구할까요? 결국 다른 예산을 깎거나 빚을 내야 해요.
문제는 다른 예산을 깎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에요. 교육 예산을 깎으면 미래 인재 양성에 차질이 생기고, 인프라 예산을 깎으면 경제 회복이 더 어려워져요.
[현재 데이터: 정부 재정 압박 시뮬레이션] 실업급여 추가 소요: 연 10조 원. 기초생활보장 추가 소요: 연 3조 원. 세수 감소: 연 19조 원. 총 재정 압박: 연 32조 원
32조 원은 2024년 국가 채무 증가분의 4배에 해당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가 신용등급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요.
대구의 한 시 공무원은 고민이 깊어요. "실업자 지원은 늘려야 하는데 예산은 없어요. 다른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경제가 어려워지고 정부 지원도 부족해지면 사회 전체에 불안감이 퍼져요. 마치 몸에 염증이 생기면 온몸으로 번지는 것처럼요.
세대 갈등이 심화될 수 있어요. 젊은 층은 "기성세대가 만든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기성세대는 "젊은 애들이 노력을 안 한다"라고 반박하죠.
계층 갈등도 커질 거예요. AI로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IT 업계나 공무원들을 원망할 수 있어요.
부산의 한 조선소 노동자는 분노를 감추지 못해요. "우리는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데, 판교 IT 회사들은 오히려 더 잘 나간다는 거 아니야?"
지역 갈등도 예상돼요. 제조업 중심의 영남권과 IT 중심의 수도권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정치적 포퓰리즘도 위험해요.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은 간단한 해법을 원하거든요. "외국인 노동자를 내보내면 된다", "대기업을 때려잡으면 된다" 같은 극단적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사회가 불안해지면 투자가 위축돼요.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꺼리고, 외국 자본도 빠져나가죠.
특히 장기 투자가 타격을 받아요. AI 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어요. 당장 생존이 급한데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거든요.
[현재 데이터: 투자 위축 현황] 2024년 기업 설비투자: 전년 대비 8% 감소. 외국인 직접투자: 전년 대비 15% 감소. 벤처투자: 전년 대비 22% 감소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 2024)
서울의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걱정스러워해요. "요즘 투자 결정이 너무 신중해졌어요. 불확실성이 커서 리스크를 지기 어려워요."
투자가 줄어들면 기술 혁신도 더뎌져요. AI 시대에 대응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투자가 부족하면 악순환이 계속되죠.
경제 전체가 침체되면 국제 경쟁력도 떨어져요. 다른 나라들은 AI 시대를 준비하느라 바쁜데, 우리만 내부 문제로 허우적거리는 거죠.
특히 수출이 타격을 받아요. 국내 기업들이 AI 기술 도입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거든요.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들은 AI를 적극 도입해서 생산성을 높이는데, 우리는 사회적 갈등 때문에 AI 도입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원화 가치도 불안해질 수 있어요.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은 AI 시대 적응에 실패했다"라고 판단하면 자금을 빼기 시작할 거예요.
경남 창원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한숨을 내쉬어요. "베트남 업체들이 AI 로봇 써서 우리보다 싸게 만들어요. 경쟁이 안 돼요."
이런 악순환이 2-3년 계속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어요. 마치 심장마비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뇌사 상태에 빠지는 것처럼요.
인재 유출이 시작될 거예요. 유능한 젊은이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갈 수 있어요. 그러면 경제 회복이 더욱 어려워지죠.
기술 격차도 벌어져요. 다른 나라들은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데, 우리는 사회적 혼란으로 발전이 멈춰 있으면 따라잡기 어려워져요.
무엇보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요. 정부에 대한 신뢰, 기업에 대한 신뢰, 제도에 대한 신뢰가 모두 사라지면 어떤 정책을 써도 효과가 없어요.
비슷한 경험을 한 나라들이 있을까요?
1990년대 일본이 비슷했어요. 버블 경제 붕괴 후 장기 침체에 빠졌죠. 일본 정부는 여러 경기 부양책을 썼지만 효과가 제한적이었어요. 결국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했죠.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리스도 마찬가지였어요. 정부 부채 문제로 긴축 정책을 써야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경기를 더 악화시켰어요. 실업률이 25%까지 올라갔죠.
하지만 성공 사례도 있어요.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이 그래요. 당시도 비슷한 악순환의 위험이 있었지만,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어요. 물론 고통스러웠지만 더 큰 붕괴는 막을 수 있었죠.
핵심은 선제적 대응이었어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과감한 조치를 취한 거죠.
그렇다면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심장마비 환자에게는 응급처치가 필요해요. 심폐소생술로 혈액순환을 다시 시작시키고, 산소를 공급해서 뇌와 다른 장기들을 살려내야 하죠.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소비를 다시 살리는 응급처치가 필요해요.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거죠.
하지만 기존 제도로는 한계가 있어요. 실업급여나 생계급여만으로는 규모가 부족하고, 대상도 제한적이에요. 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이 필요합니다.
바로 기본소득이에요.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 주는 거죠. 이것이야말로 경제라는 몸에 수혈을 해주는 것과 같아요.
그렇다면 왜 재교육이나 노동시간 단축 같은 다른 대안들이 충분하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요.
[다음 회 예고] 8화: "왜 재교육도 노동시간 단축도 답이 아닌가" - 기본소득 외에도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이런 대안들로는 AI 시대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운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용어 해설]
승수효과: 한 부문의 지출 감소가 다른 부문에 미치는 연쇄적 영향
재정승수: 정부 지출 1원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크기
포퓰리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 행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