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과 부처는 에너지란?

3장 부처의 반박: 당신 이론이 문제다

by 한시을

13회 도시화, 산업화, 에너지 집중화의 딜레마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관찰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상하다. 이 행성의 한 종족이 전체 표면의 3%에 몰려 살고 있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에서 전체 에너지의 78%를 소비하고 있어. 이게 정상인가?"


바로 현재 인류 문명의 모습이에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그 도시들이 지구 전체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부처님이 찻잔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습니다.


"다윈 선생님, 전에 우리가 이야기한 것의 연장선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다윈이 여전히 불편한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현재 인류가 만든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들이요."


거대도시라는 에너지 괴물


부처님이 현대 도시의 실상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을 예로 들어볼까요. 전국 인구의 19%전국 면적의 0.6%에 살고 있어요."


다윈이 방어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이지 않나요? 대중교통도 발달하고..."


"정말 그럴까요?"


부처님이 놀라운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서울시민 한 명이 하루에 소비하는 에너지양은 강원도 주민보다 3배 많아요(1). 그리고 서울이 소비하는 전력의 85%다른 지역에서 생산되어 송전선을 타고 와요."


"그게 뭐가 문제인가요?"


"서울이 정전되면 어떻게 될까요?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부처님이 당시 상황을 상기시켰습니다.


"단 몇 시간 정전됐을 뿐인데 지하철이 멈추고, 엘리베이터가 서고, 신호등이 꺼지면서 서울 전체가 마비됐어요. 2000만 명이 한순간에 무력해졌죠."


[부처의 통찰] 도시 집중화는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극도의 취약성을 만든다. 도시는 거대한 에너지 소비 기계가 되어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다. 이는 거대한 기생충과 같은 구조로,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즉시 붕괴한다.


산업화의 함정


부처님이 더 큰 구조적 문제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산업화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아서 대량생산하는 시스템 말이에요."


"그게 비용 효율적이잖아요."


"단기적으로는 그래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부처님이 구체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사과 하나가 테이블에 오기까지 평균 1,500km를 이동해요. 충북 충주에서 재배되고, 경기도 안성에서 포장되고, 서울 가락시장을 거쳐 동네 마트에 와요."


다윈이 의아해했습니다. "그래도 분업의 효율성이..."


"그 사과 하나운송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사과가 가진 칼로리의 10배예요(2). 이게 정말 효율적일까요?"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위험성


부처님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 시스템도 극도로 중앙집중화되어 있어요."


"무슨 뜻인가요?"


"전국 전력의 30%원자력 4개 단지에서 생산해요. 만약 이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부처님이 실제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2019년 고리원전 1호기가 정기점검에 들어갔을 때, 부산과 경남 지역에 전력 부족 경보가 발령됐어요. 단 하나의 발전소 때문에 말이에요."


다윈이 변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백업 시스템이..."


"백업도 결국 같은 구조예요. 석탄 발전소, 가스 발전소... 모두 거대하고 중앙집중적이죠."


부처님이 핵심을 짚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효율적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연쇄 붕괴의 위험이 있어요."


불평등의 구조화


부처님이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집중화가 불평등을 구조화시켜요."


"어떻게요?"


"강원도 삼척에 석탄 발전소가 있어요. 그 지역 주민들은 대기오염에 시달리지만, 그 전력의 대부분은 서울로 가죠."


부처님이 더 충격적인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충남은 전국 전력의 30%를 생산하지만, 충남 주민들이 받는 전력 요금 할인월 4,000원뿐이에요(3). 반면 서울 주민들은 그 전력으로 편리한 삶을 누리죠."


다윈이 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게 공정할까요? 위험과 피해는 지방이 떠안고, 혜택은 도시가 독차지하는 구조예요."


[현재의 목소리] 환경정의연구소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1.7배 높다(4). 반면 이들 지역의 전력 자급률30%에 불과해 대부분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한다.


글로벌 착취 구조


부처님이 문제의 범위를 더욱 넓혔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국제적으로도 반복돼요."


"어떤 식으로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보세요. 리튬은 칠레에서, 코발트는 콩고에서, 희토류는 중국에서 가져와요."


부처님이 가혹한 현실을 폭로했습니다.


"콩고의 어린이들이 하루 12시간씩 코발트 광산에서 일해도 하루 1달러도 못 받아요. 그런데 그 코발트로 만든 스마트폰은 100만 원에 팔리죠."


다윈이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발전 과정의 일부가 아닐까요?"


"100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어요. '식민지배도 문명화 과정이다'라고요."


시스템의 경직성


부처님이 구조적 문제의 또 다른 측면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은 변화에 매우 둔감해요."


"예를 들어 어떤 면에서요?"


"태양광 발전을 보세요. 기술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발달했지만 확산이 왜 이렇게 느릴까요?"


부처님이 분석했습니다.


"기존 전력 시스템이 중앙집중식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도 전력망에 연결하기 복잡하고, 남는 전력을 판매하기도 어려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해요.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걸 허용할까요?"


대안의 가능성


부처님이 잠시 희망적인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도 가능해요. 덴마크의 삼되 섬을 아세요?"


다윈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떤 곳인가요?"


"인구 4,000명의 작은 섬인데,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자급자족해요. 풍력과 태양광, 그리고 바이오매스로요."


부처님이 흥미로운 점을 강조했습니다.


"거기서는 모든 주민이 에너지 생산에 참여해요. 개인이 풍력발전기 주식을 사고, 남는 전력은 이웃과 나누거나 판매하죠."


"그래서 어떤 효과가 있나요?"


"전력 요금이 본토보다 50% 저렴하고, 에너지 안보도 완벽해요. 정전도 거의 없고요."


부처님이 핵심을 짚었습니다.


"소규모 분산형 시스템이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할 수 있어요."


연결의 역설


부처님이 현대 시스템의 근본적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연결의 역설'이에요."


"무슨 뜻인가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분리되어 있어요."


부처님이 설명했습니다.


"서울 사람은 전기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켜지지만, 그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라요. 삼척 주민들이 석탄 먼지를 마시며 사는지도 모르고요."


다윈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감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요. 이게 문제의 핵심이에요."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부처님이 마무리하며 핵심을 정리했습니다.


"다윈 선생님,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기술을 바꾸는 것이 아니에요."


"그럼 무엇인가요?"


"시스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거예요. 중앙집중에서 분산으로, 착취에서 상생으로, 분리에서 연결로요."


부처님이 의미심장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해요.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함께 바뀌어야 하죠."


다윈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정말 가능할까요?"


부처님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어요."


촛불이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처님이 지적한 구조적 문제들에 공감하시나요? 우리가 편리함을 위해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이 사는 지역을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사용하는 전력은 어디서 만들어져서 오는지 아시나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을까요?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현재의 중앙집중식 시스템이 불가피한 선택일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다음 회 예고] 제3장 14회 차: "성장주의부터 이기주의까지: -주의들의 행진" - 부처가 현대 문명을 지배하는 다양한 '주의'들을 해부합니다. 자본주의, 소비주의, 개인주의가 어떻게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고 지속가능성을 해치는지 분석하며, 근본적 가치관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참고자료]

(1) 한국에너지공단, "지역별 에너지 소비 현황 보고서", 2023

(2)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푸드 마일리지와 에너지 효율성 연구", 2023

(3) 충청남도,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현황", 2024

(4) 환경정의연구소, "화력발전소 건강영향 조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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