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들과 성장하는 엄마이야기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by 호모 비아토르

첫째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이번에 2학기 중간고사 시험 결과가 나왔다.


착하고 순하고 자기표현을 잘하지 않는 아이

부모가 뭐라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듣기만 하는 아이

맛있는 것이 있으면 부모부터 챙기는 아이

친구집에 가면 인사성 좋고 예의바르다는 얘기를 듣는 아이

친구들과 마찰 없이 잘 어울리는 아이


내가 볼 때 첫째 아이는 그렇다.

마음이 여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나에게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이다.

그런 아이가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반평균 점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점수였다.


남편은 화가 났다. 아니, 속상함을 화라는 감정으로 표현했다.

머리가 나쁜 건 아닌데 공부할 의지는 안 보이고 그저 부모 앞에서 공부하는 시늉을 하니 저 점수가 나온 게 아니냐며 한숨을 쉰다.

남편의 의도는 여느 부모 마음과 같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다만, 그 마음이 아이에게 100%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남편말이 맞다. 부인하지 않는다.

첫째 아이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힘들고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면 쉽게 포기한다. 양가감정이 든다. 안타깝고 속상하면서도 화가 난다.


아이는 성적표를 들고 부모의 눈치를 살핀다. 아이의 흔들리는 마음을 얼굴표정에서 읽는다.

남편이 오기 전에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아이가 생각하는 결과를 들어본다.

아이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나와 속상하다고 했다. 자기주도학습이 잘 안 돼서 자신을 잡아서 공부시켜 주는 학원이 맞다고 했다. 스스로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게 힘들고 집중력이 금방 떨어진다고 했다. 결론은 그런 자신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한다. 수학학원은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분위기라 12월에 기말고사 결과를 보고 학원을 옮길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아이의 얘기를 듣고 나니 아이는 스스로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지만 어떻게 처방을 내려 해결책을 찾을지 모르는 것 같았다.


엄마인 나에게 숙제가 떨어졌다. 아이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보고 싶다. 당장 한 달 후 기말고사가 있다. 그날은 회사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아이의 고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아이의 진단에 맞춰 집중가능한 시간으로 쪼개고 시험범위도 세분화해서 나눠보기로 했다.

이 모든 건 아이와 충분히 상의해서 진행할 것이고, 시간에 따라 쪼개진 범위를 공부한 후에는 제대로 했는지 확인과정을 거친다. 공부가 진행될수록 공부량은 누적될 것이고 그때마다 누적된 범위만큼 또 확인을 할 것이다.

한마디로 집중가능한 시간 내에 학습양을 쪼개서 공부한 후, 제대로 했는지 확인과정을 거치며 학습양을 누적해 가는 것이다.


다음 기말고사는 한 달 정도 남았다. 솔직히 집안일과 직장일만으로도 매일 기진맥진이지만 도움의 손길을 무시할 수 없어 함께 해보기로 했다.

정답은 모르겠다. 그냥 해 보는 거다. 어설프지만 계속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자기 스타일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그릇이 있다.

세상이 인정하는 그릇이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답이 될 수 없다. 그저 부모의 욕심일 수도, 바람일 뿐이다.

누구 말마따라 생긴 대로 산다고 했다.

타고난 기질과 재능, 환경이 조화를 이루어 그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그릇이 되어 그 기능에 맞게 무언가를 잘 담아내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무얼 담아낼지 알 수 없다. 그저 아이의 존재와 가치를 믿을 뿐이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고 시행착오의 연속이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다. 나의 지나온 경험과 생각을 아이에게 조언은 해줄 수 있어도 답이 될 수 없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속도로 한 발자국씩 손잡고 걸어가 보는 것이다.


인생이 성공이냐? 실패냐? 의 결과보다 어떤 일을 시도했고 경험했으며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의 지금 이 상황이 엄마인 나에게도 아들인 너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하나뿐인 복덩이, 첫째아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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