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와 다른 '오늘의 나'
"나라를 변혁하려는 자든, 가정을 수호하려는 자든, 결국 자기 내면을 다스리지 못하면 실패한다고 여겼다. 율곡 이이에게 승리란 욕망과 분노, 두려움을 극복하는 자기 자신과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타인을 굴복시키고, 경쟁자를 제압하며, 무언가를 쟁취하는 모습만 떠올린다. 하지만 승리는 대부분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타인보다 먼저 앞서나간다고 해서 삶이 견고해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이긴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일시적인 쾌락감일뿐 진정한 승리와는 무관하다."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고윤, p.132]
12월 중순쯤에 두 개의 단톡방에서 했던 챌린지는 막을 내렸다. 때마침 계절은 겨울이었다. 딱 운동하기 싫은 온도였다. 한겨울 새벽은 칠흑 같은 밤이었고, 칼바람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침대 속에서 '조금만 더 자자'라는 외침으로 출근 직전에 새벽 5시 10분까지 잠을 청했다. 30분 만에 씻고 화장하고 나가기도 바빴다. 퇴근 후에도 해가지고 나서의 추위는 더욱더 몸을 움츠러들게 했고, 나는 더 이상 현관문을 향해 서슴없이 나아가지 않았다. 퇴근 후에도 저녁 먹고 가족들 식사를 챙겨주면 침대 속으로 들어가기가 바빴다.
다시 몸은 이전처럼 게을러지고 침대와 일심동체가 되어 핸드폰 속 유튜브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이 흘렀다. 다시 체중이 늘기 시작했고 튀어나온 배를 바라보며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움직임은 없었고 그냥 하루하루 시간을 보냈다.
자기 돌봄이 멈추고 나서 더더욱 시급한 문제는 멘탈관리였다.
직장에서 매일 부딪히는 상황과 사람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감정관리가 안 됐다.
화가 났고 짜증 났고 억울했으며 결국은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방패막 없이 온전히 맨몸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었다.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총알이 가슴속에 박힌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남 탓과 환경 탓을 하며 정작 나 자신을 변할 마음은 1도 없었다. 그냥 지치고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일상이었다.
감정의 널뛰기를 매일 했다. 변하지 않는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며 화가 났고 억울했다. 정작 나 자신은 아무런 변화 욕구를 가지지 못한 채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무기력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기를 2개월이 지났다.
오랜만에 동네산을 홀로 올랐다. 그리고 매년 연초에 시작하는 영남알프스 등산을 시작했다.
그냥 올랐다. 숨이 턱까지 찰 정도로 또 걸었다. 숨이 넘어갈 거 같으면 1분 정도 서서 숨을 고르고 다시 걸었다. 신기하게도 잠깐의 멈춤은 호흡이 제자리에 오기에 충분했고 그 순간 인생도 힘들 땐 잠깐 멈추는 게 회복하는데 필수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거지?
일상에 회복탄력성이 떨어져 있었다.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힘이 없었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길 바라는 거 마냥...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원망과 불평만 내 입에서 늘어만 갔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산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외부 사람과 환경은 이전과 변함이 없었고, 그 사람과 환경을 바라보는 내 태도가 많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차피 인간이든, 상황이든 나에게 완벽한 것은 없다. 완전한 만족도 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다시 자기 돌봄을 해야 했다.
걷기 또는 슬로러닝 30분, 매일 독서 10분과 필사 한 문장으로 나 자신을 건강하게 돌볼 필요성을 느꼈다. 체력이 떨어지자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움직이고 실행해야 했다.
2개월의 겨울잠을 끝내고 기지개를 켜고 다시 시작하자.
3월부터는 직장을 마치고 대학원을 일주일에 두 번 가야 할 걸 감안해서 실천가능한 자기 돌봄 프로젝트를 계획해 보기로 하자.
옛말에 "체력이 국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젊을 때는 이 말을 실감 못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무엇보다도 체력관리를 우선순위에 두게 된다.
런데이앱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첫 단계부터 하는 것이다.
처음은 매일 못하더라도 실천가능한 것부터 시작해 보자!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어제의 나와 다른 오늘의 나를 만나기로 했다.
동네산에서 마주한 둘레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