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있는거니?
3주 만에 동네산을 올랐다.
3주 동안 대학원 발표준비로 주말 내내 노트북 앞을 떠나지 못했고 잠을 줄여가며 주중에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힘들고 고된 과정이었고 몸이 지치니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녀가 원해서 선택한 것이기에 책임져야 했다.
지난 목요일 발표 하루 전 늦은 밤까지 수정을 하였고 마지막 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발표자료를 올렸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목요일 발표를 해야 하는데 ppt만 여러 차례 수정하는 작업에 시간을 다 쏟다 보니 정작 실제 발표준비는 제대로 못했다. ppt를 잘 못 다루는 그녀 자신에게 화가 났고 이렇게 못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정을 요구하는 교수님이 밉기까지 했다.
목요일 당일날 머릿속으로 발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발표 시 잘 모르는 구멍 난 자료를 몇 개 찾아 정리하고 그냥 주어진 ppt분량만이라도 제대로 소화시키자는 마음으로 계속 ppt만 훑어보았다.
드디어 발표는 끝났다. 잘했든 못했든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포기하지 않았고 끝났다는 게 중요하다. 과제준비시기에 첫째 아이 오른쪽 팔 두 군데가 골절되어 수술할 위기였으나 다행히 뼈가 잘 맞춰져서 깁스를 했고, 갑자기 야근지원을 들어가서 계획했던 과제가 느려졌고, 회사는 인원감축으로 문어발 업무로 힘든 상황이었다. 거기다 잠 못 자고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왼쪽귀에 갑작스레 통증이 지속되어 병원에 가니 신경성이라고 해서 주사를 맞고 약 처방을 받아먹었다. 더더욱 포기하고 싶었던 주변 상황이었다.
한고비가 지나고 주말을 맞이했다. 매주 주중 과제가 있고 아직 발표도 두 번 더 남았다. 그래도 동산 하나 넘었으니 숨 좀 쉬고 다시 시작하자.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 상황이 안 바뀌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적응하든지, 기적처럼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도 한다. 그것도 안되면 포기하는 것도 선택이다.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한계는 다른 법이니까.
영원한 고통 속에 머문다고 생각하지 말자. 처음 맞닥뜨릴 때 고통의 순간과 그다음에 오는 고통은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고통이 그녀를 잡고 있는 게 아니라 고통의 기억을 그녀가 부여잡고 안 놔주며 스스로를 계속 고통 속에 밀어 넣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고통의 순간이 다르다. 동일한 고통의 상황도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심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약할 수도 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판단할 수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고통을 해석하고 그 고통에서 선택할 수 있다.
3월 7일 영남알프스 영축산과 신불산을 등산하며 첫눈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3월 28일 동네산에는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고 아파트 단지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마음을 설레게 한다.
3월 7일 영축산, 신불산 첫눈을 보며
3월 28일 동네산에서 진달래꽃을 보며
그렇게 걷고 싶었던 길을 과제를 끝내고 걸으니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행복하다. 당연한 줄 알고 누려왔던 일상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이 시간의 소중함은 힘든 상황을 겪고 나면 더더욱 깨달케 된다.
그래서 좋든 싫든 지금 주어진 오늘 하루를 누리고 싶다. 다가올 어떤 것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이미 지나간 것에 미련두지 말고, 그저 지금을 사는 거다.
인생은 기본값에 고통이 내장되어 있다. 그러니 어쩌랴? 도망친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면 고통은 다른 모양새를 하고 반복해서 그녀를 찾아올 것이다.
부딪히는 수밖에...
더 이상 부딪힐 힘이 없어 병이 생길 정도라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인생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갑작스러운 위기와 반전은 늘 어디서나 나타날 것이고 끝이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바라는 것은 각자의 삶은 자기답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환경 때문에, 누구 때문에 못했다는 탓이나 합리화보다 자기가 선택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자기가 가고 싶은 그 길을 느리지만 한 달 내디뎌 보는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지금도 써 내려가고 있지만, 그녀는 알고 있고 믿는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소소한 일상에서 위기와 문제를 극복하고 주어진 삶을 누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고통도 행복도 지나간다.
한순간의 기억을 오래 부여잡으며 지금의 삶을 놓치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한다.
어쩌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면 된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발견해야 하는 네 잎 클로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