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는 유비보다 조조를 보게 되었을까
우연히 만난 삼국지
삼국지는 계획된 독서가 아니었다.
어느 날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만화 삼국지를 발견했다.
처음엔 그저 만화책이라 쉽게 읽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그 책을 여러 번 빌려와 반복해서 읽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고, 장면을 흉내 내고,
이야기의 앞뒤를 스스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건 잠깐의 흥미가 아니구나' 생각이 들어
만화 다음의 단계로 5권짜리 삼국지 줄글책을 조심스럽게
건네게 되었다.
영웅보다 결정하는 사람에게 끌리다
삼국지를 읽기 시작하며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대부분의 어린이가 좋아한다는 유비보다,
아이는 조조에게 먼저 마음이 갔다.
"조조가 더 멋있어."
이유를 묻자, 아이의 대답은 의외로 또렷했다.
유비는 늘 제갈량의 말을 따르지만,
조조는 여러 책사들의 말을 듣고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듣는 사람과 판단하는 사람의 차이
아이의 눈에 유비는 '말을 잘 듣는 리더'였다.
동시에 누군가의 판단에 기대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조는 다르게 해석되었다.
책사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그중 무엇을 취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마지막 책임은
본인이 지는 사람.
아이에게 조조는 '똑똑한 참모를 둔사람'이 아니라
'참모를 쓰는 법을 아는 사람'으로 읽혔다.
사람이 떠나는 리더, 사람이 모이는 리더
아이에게 특히 인상이 깊었던 인물은 허유였다.
원소의 곁에 있었지만 의심 많고 사람을 믿지 않는 리더
아래에서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다고 느껴 조조에게로 간 인물.
"조조는 말은 무섭게 해도
아랫사람 말은 잘 들어주잖아."
아이의 이 말은 리더십을 꽤 정확히 짚고 있었다.
아이가 삼국지에서 읽어낸 리더의 조건
삼국지를 통해 아이는 좋은 리더의 조건을 스스로 찾아내보려 했다.
- 결정할 수 있는 힘
-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태도
-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마음
강하기만 한 사람도 아니고 착하기만 한 사람도 아니었다.
사람을 이해하면서도 결국은 판단을 미루지 않는 사람.
이야기는 결국 지금의 우리에게로
삼국지는 과거의 전쟁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이에게 그것은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를 묻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가 삼국지로 향한 이유는 전투가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 때문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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