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세계로의 첫걸음

위인전에서 서유기로 옮겨간 관심의 방향

by 책 너머의 질문

서사와 함께 자란 아이

어릴 때부터 역할놀이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위인전에 빠져 지내던 시절엔

태조 이성계가 되어 위화도 회군도 해보고,

어느 날은 세종대왕이 되어 집현전 학자들과 한글을

만들었다. 또 어떤 날엔 이순신 장군이 되어 학익진을 펼치며

전쟁을 지휘했다.

읽고 상상하고 되어보는 일,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던 무렵, 아이는 아홉 살이 되었다.


뜻밖의 만남

어느 날, 매일 접하던 영어 영상 플랫폼에서

'Journey to the West(서유기)'가 추천 영상으로

올라왔다.

내가 어릴 때 봤던 손오공과 사오정이 떠올라 아이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해 조용히 지켜보았다.

다행히 아이는 언제나처럼 금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마치 손오공이 된 듯, 화면 속 모험을 온몸으로

따라가며 상상의 날개를 다시 활짝 펼치고 있었다.


왜 하필 서유기였을까

처음엔 매 에피소드마다 펼쳐지는 모험의 구조가

재미있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아이는 위인전을 통해 이미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법을

몸으로 배웠다는 것을.

한 인물의 성장과 선택,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변화.

그동안 읽어온 이야기들이 서유기의 긴 여정과 자연스럽게

맞물렸던 것이다. 아이는 누군가의 세계를 따라가며

그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 구성하며 자라나고 있었다.


일상이 된 손오공

서유기에 깊이 빠져든 아이는 손오공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게 되었고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분장해 오는 날엔 주저 없이 손오공을 선택했다.

머리에 금고아를 흉내 낸 띠를 만들고 손오공 꼬리까지 직접

만들어 달 때의 반짝이는 눈빛이란. 여의봉을 흉내 낸 긴

봉까지 들고 완성한 그 모습은 영락없는 장난기 넘치는

손오공 그 자체였다.

아이에게 분장의 과정은 놀이를 넘어서, 자신이 사랑한

이야기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일이었다.


다음 이야기로 향하는 길

그렇게 서유기를 끝없이 되뇌이던 아이는

어느새 새로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많은 인물, 더 복잡한 선택, 더 큰 변화의 흐름을 알고 싶어 했다.

손오공의 모험이 끝난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거대한 서사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의 다음 여정은 삼국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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