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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세윤 Feb 14. 2022

행복할 것도 차라리 자격증이 있었으면

자격증이라곤 운전면허밖에 없는 난 세상에 어울릴 자격이 없나

외로움과 공허함은 언제, 어떻게, 어떤 모양과 방식으로 다가오든지 돋보기와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것 같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혹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던 무엇인가들이 아주 위협적이고 거대하게 내게 비친다. 마치 어릴 적 거미를 돋보기로 비춰보았다가 화들짝 놀라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이 글은 외로움과 공허함으로 인한, 자격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르겠다. 확실한 구체적인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꽤 행복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너무 만족스럽고 나쁠 게 없어서, 오히려 어마어마한 불안감이 다가왔던. 불현듯 내 머리에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이렇게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아니, 행복보다는 그래      


‘내가 이렇게 그다지 큰 걱정 없이 그저 웃어도 될 자격이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질문에 답이 긍정이고 부정이 고는 사실 크게 상관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저 ‘자격’이라는 말이 행복과 관련되어서 내 눈과 입을 다 틀어막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섭게 다가왔으니까.      


 난 여전히 어리지만, (글쎄 10대나 20대 초반이 아닌 건 사실이니까) 요즘 어린 친구들은(내가 적으면서도 웃기다) 인터넷 첫 화면이 유튜브라고 한다. 검색하고 알아볼 게 있으면 유튜브에서 찾아본다고 한다. 나는 초록창이나 구글인데 말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니 누군가에 음성으로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위로와 공감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유튜브에 ‘자격’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그 희망은 ‘누군가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은 없을까?’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떻게 답 내렸을까  

    

 스크롤을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고 눈에 보이는 빼곡한 자격증에 관한 이야기들. 내가 너무 ‘자격’이라는 단어에 빠져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지? 전혀 생각도 못했다. 모든 것이 자격증에 관한 영상들이라고는 말이다. (물론 내가 자격증에 크게 관련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당연한 거다. 하지만 그때 내게 당연하지 못했던 건 그저 내 감정적 욕심으로 내 위로와 공감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      


 아 어떻게 아무도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건가? 이런 영상은 조회수가 안 나올라나? 뭐 나는 잘 모르니까 유튜브 생태에 있어서... 그저 이렇게 대화할 누군가가 없는 건가?   

   

그렇다가 다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금 급을 나눴구나.      


 이들의 현실에 대한 노력을 겨우 나의 감성에 영역에서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날 보았다. 무섭게도 “얘네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마저 하면서 말이다. 그걸 인지한 후에는 다시 질문이 들었다.   

   

‘내가 타인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외로움과 공허함은 사실 하룻밤 자고 나면 대게 잘 도망가 있는다. 근데 그 몇 시간 동안 나의 자격에 대한 생각과 충격,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충격이 잊히질 않는다. 알고 보면 이건 자격에 대한 글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우린 어떠한 자격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냥 그 자격이란 말이 확 무서워졌다. 대부분에 사람들이 누군가보다 위에 있기 위해 공식적인 확인증으로 자격증을 따려고 그렇게 노력한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 나의 감성에서는 그렇게 너와 나의 급을 나누어 너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이 되려고. 그렇게 널 깔아 뭉개려고. 또 인격적, 감성적 성숙함으로도 너희와 나의 급을 나눌 수 있다 생각되어 무서워졌다. 그리고 내 질문은 여전하다.      


 우리에게 자격이 있는가?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한 행복에 마저도 말이다. 이제는 다시 그 무서움이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서 무서워졌다. 이 글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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