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by Iasqua

“넌 어떻게 여름방학동안 더 하얘졌냐?”


학창 시절 내내 들었던 소리였다.

사계절 중 가장 그을리기 쉬운 여름날에 피부가 더 하얘졌던 비결은 사실 정말 별거 없었다. 그냥 밖에 최대한 나가지 않는 것 밖에는 없었으니까.


난 정말 여름을 싫어했다. 짧은 봄 계절 속에서 공기가 습기를 머금어 무거워지고 풀내음이 짙어질 수록 기운이 빠지고 울적해질 정도였다.

‘여름을 어떻게 나나 여름 내내 잠들었다 여름이 지나면 깨어나는 생명체가 되고 싶다‘ 늘 속으로 되내이며 여름을 맞이하고 견뎌냈다. 이런 마음 덕분에 나는 여름에만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온 몸을 끈적끈적이게 하는 습도와 피부가 타들어 갈 듯이 내리쬐는 햇빛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이곳이 지옥인가 싶게 하는데 어떤 활동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늘 씻어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진입장벽이 있던 수영을 시작하고 나서야 조금씩 여름에 대한 미움이 사그러들었다.

수영을 하면 할 수록 좋아지고 행복해지는데 씻는 번거로움이 뭐라고 그까짓게 귀찮아서 기어코 시작도 안했다면 내 삶이 너무 안쓰러울 뻔했다는 생각이 날 점점 변화하게 했다.


벽이라고, 어렵다고,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즐거움에 집중해서 뭐든 해보자.

수영을 시작하고 얻은 것들이 뼈저리게 많아서였는지마음을 먹으니 행동으로 옮기는건 너무 쉬웠다.

습해서, 더워서, 햇볕이 뜨거워서 시작도 안했던 것들 (이를테면 여행, 물놀이, 야외콘서트 관람 등등)은 어두운 집안 풍경같던 내 여름을 비로소 녹음이 울창한 숲속같이 만들었다.

견뎌내야만, 버텨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여름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줄이야.

여름은 나에게 있어 사계절 중 가장 애증의 계절이다.

지금도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어려우나 나에게 제일 깨달음을 준 계절임엔 분명하다.

어렵다고 불편하다고 생각한 벽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단 해본다면 내가 사는 지금 이 시간이, 이 시절이, 이 계절이 어떻게 다채로워질 지 모른다. 마치 여름처럼.

여름은 거짓말처럼 나에게 이런걸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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