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에 대한 첫 기억은 지금도 꽤나 선명하게 남아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 산타가 꼭 올거라고 믿었으니까 나는 잠에 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를 엄마가 산타할아버지 오면 꼭 깨워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자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굳게 믿고 잠들었고 당연히 산타는 만나지 못하고 산타할아버지가 남기고 가셨다는 선물만 만날 수 있었다. 선물을 받고 산타를 만나지 못한 마음을 조금 위로 받을 수 있었지만 사실 너무 아쉽고 속상했다. 그래서 몇번이나 엄마한테 산타할아버지 진짜 왔다가셨냐고 엄마는 만난거냐고 물어댔다. 그때마다 엄마는 몇번이고 “그럼 왔다 가셨지 우리 딸 자는 모습도 다 보고 가셨지” 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엄마의 그 모습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엄마가 매우 행복한 얼굴로 나를 예뻐해주어서였을까.
시간이 흐르고 산타의 진실을 알게 되고 부터는 이제 더는 선물이 없었다. 그리고 이성교제를 하게 되었을때나 서로에게 산타가 되어 선물을 주고 받았다. 그냥 이성간의 기념일 챙기던 것 외에 특별하게 남아있는 감정이나 기억은 당시에도 지금도 전혀 없다. 서로간의 사랑이 부족해서였을까. 왜 어릴적 선물을 받던 강렬한 기억엔 미치지 못하는 걸까.
이 물음표에 대한 대답은 조카가 태어나고 자라나면서 알게 됐다. 조카가 산타를 인지하게 되었을때 모든 집안 어른들이 다 눈짓 발짓을 하면서 산타의 존재를 지켜주고 선물을 준비했다.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조카가 기뻐할지 행복해할지를 생각하니 선물을 준비하는 내가 다 행복해졌다. 조카는 선물을 준비한 어른들은 알지도 못하고 그저 산타할아버지가 몰래 와서 주고 갔다며 쌩뚱맞은 산타할아버지에게 고마워 할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나나 엄마 아빠 동생부부 그 어느 누구도 사실 우리가 다 한거라며 산타의 진실을 발설하고 싶어하기는 커녕 모두들 행복해하고 다음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더 기쁘해줄까를 생각했다.
그제서야 그 어릴적 산타할아버지가 주고 간 선물이라며 환하게 웃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때의 엄마의 마음이 무언지 확신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은 대가없는 사랑 그 자체였던거다.
나는 사실 그 마음을 형용할 수 없었을 뿐 그 어린 당시부터 산타의 진실을 알게 되고 난 후에도 계속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강렬하게 남아있을리 없고 그 후의 모든 크리스마스 선물들이 다 시시하게 느껴졌을리 없으니까.
나는 어릴적 엄마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산타 그 자체만으로 앞으로 내가 맞이할 모든 크리스마스가 특별해졌다. 그래서 어떤 이벤트가 없는 크리스마스여도 사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이렇게도 행복하고 따스한 인생이라니.
나는 언제쯤이나 되어야 엄마에게 따뜻한 산타가 되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