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을 지나

밴드 '오륜구동'의 음악으로

by 정다은

인터미션은 배우나 뮤지션들의 휴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막이 내리고 불 꺼진 공연장의 공기는, 그 분위기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 되기도 한다. 1막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면 잠깐의 휴식과 함께 그다음 장의 무대를 관객들은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글쓴이 또한 그 순간을 매우 즐기는 사람 중 하나인데 이제 그 인터미션을 지나 다음 무대를 기다리게 만드는 다섯 개의 바퀴로 힘차게 리스너들의 눈과 귀, 마음까지 울릴 하나의 팀, 밴드 "오륜구동"을 소개하려 한다.

보컬이 첫 곡, 첫 소절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팀에 대해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밴드 고유의 곡을 하지 않고 모두에게 익숙한 곡을 들려준다 할지라도 이미 대중적인 곡에 귀가 익숙해져 버린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밴드의 첫 곡 "Kick off!"는 노래 제목처럼 그 시작을 힘차게 이끌고 나아간다. 세상에 나온 그들의 첫 결과물이자 결실이다. 짧지만 강렬하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이목을 집중시킨다. 밴드 멤버들을 일일이 소개하지 않더라도 곡 하나를 들으면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모두가 자기의 색을 자유롭게 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올림픽의 오륜기처럼 각자 다른 색의 동그라미가 서로 연결되어 있듯 하나의 연주로 연결되어 간다. 그리고 그 끝에 다 다르면 관객들은 이제 그들의 음악에 온전히 빠질 준비가 되어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Only one"과 "Whiskey"는 사뭇 다른 사랑의 양상을 띠고 있다. 애달픈 짝사랑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하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참 흥미롭다. 남녀노소 언제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락킹(rocking) 하기도 하고 재지(jazzy)스럽기도 하다. 타이밍에 따라 사랑이 시시각각 변하듯 그들의 음악도 분위기에 맞춰 무르익어 간다. 글쓴이는 "말을 할 순 없어도, 네가 날 밀어내도, 이뤄지진 않는데도 널 사랑할래..."라는 가사가 특히 와닿았다. 간절한 고음 부분이 가사와 함께 어우러져 정말로 내가 그 마음을 함께 전달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올해 두 번째로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곡 "너에게 주려던 초콜릿이 녹아버렸어"가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목이 길어 처음엔 외우기 어려울 것 같다가도 들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곡이다. 과거 혹은 지금도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초콜릿하나 슬쩍 건네기가 어려워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뒤돌아 서 본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지 않겠는가. 듣다 보면 마음이 달달해지면서도 썩 기분 나쁘지 않은 씁쓸함마저 느껴지는 정말로 녹아버린 초콜릿 같은 맛이 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 이야기는 이쯤 되니 충분한 것 같아 또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 볼까 한다. 인생은 사랑 말고도 다양한 것들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가령 꿈과 청춘,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여러 심경들까지도.

"Blue Wave", "Hi 19", "Sun Down". 그리하여 글쓴이는 이 세 곡을 무척이나 애정한다. 무엇 하나 최애곡이라고 뽑을 수 없을 만큼 모든 곡을 좋아하지만 이 세 곡만큼은 반드시 라이브 공연으로 즐겨보라 권하고 싶다. 살다 보면 마주치는 모든 경험들에 우리는 깨어지고 부딪히고 찢기며 더 단단히 여물어지는데 그 순간들에 함께 하면 더없이 좋은 곡들 이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글쓴이는 감정의 파도가 유난히도 잠재워지기 어려운 날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잠시 혼자 있거나 스스로 에너지를 채울 시간들이 필요하다. 나 홀로 소란한 밤 공연장을 찾을 때, 분명 나는 '위로'가 필요한 줄 알았는데 그들의 음악은 '응원'이 되어주었다. 지친 하루에 하무뭇하니 채워지는 연주는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진심이라는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보석 같다는 표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 밤에는 꼭 바다에 뿌려진 여름빛 사파이어, 겨울 향의 루비를 양손 가득히 주워 담아 온 기분이었다. 오륜구동이라는 밴드가 세상에 꺼내 보이는 음악이 바로 그러했다.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그 마음들이 연주로 관객들에게 전해질 때 그 열기는 추운 날의 온기가 되기도 하고 곧 다가올 봄날의 꽃망울을 틔울 양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의 그들의 행보를 리스너로서 열렬히 기대하며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