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도착한 지도 벌써 2박 3일째. 현진 씨와 나는 오늘은 로마주변을 여행하기로 했다. 첫날과 둘째 날은 짐을 풀고 시차에 적응하면서 살짝 여유롭게 시작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로마 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가보고 싶다! 보다 그래도 로마에 왔으니 기회가 있을 때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솔직한 마음이다.
오늘 아침, 우리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콜로세움이었다. 저녁에 잠깐 봤지만 낮에는 가보지 않았기에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가까이에서 본 콜로세움은 정말 거대하고 웅장했다. 아침 햇살이 돌벽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고대 로마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저녁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른 생동감이 있었고, 오래된 벽돌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가 가슴 깊이 다가왔다. 역시...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콜로세움을 둘러보고 나서는 근처 카페에 들러 파니니를 먹었다.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고 이탈리아의 대표음식 중에 하나니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까진 크레모나에서 집도 구해야 하고 돈들 때가 많을 거 같아 식비에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현진 씨와 함께 커피 한 잔과 파니니를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정말 이곳에 여행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거리에는 관광객들과 로마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첫 파니니 맛은?! 음... 솔직히 빵이 너무 딱딱했다. 안에 치즈와 생햄은 나에게 거부감을 주었다. 치즈는 쿰쿰한 냄새가 났고 생햄은 나에게 살짝 비릿한 맛으로 다가왔다. 좋게 말하면 매우 건강한 맛의 샌드위치 나쁘게 말하면 우리나라 편의점 샌드위치보다 별로인 맛이었다. 먹다 보니 입천장이 까지고 빵 안에 토핑들이 빠져나왔다.
내가 고른 거보다 연어가 들어간 파니니를 고른 현진 씨의 파니니가 더 맛있어 보였다.
오후에는 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했다. 다양한 미술 작품과 유물들을 감상하며 느낀 것은, 이곳이 예술과 신앙의 중심지라는 사실이었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있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은 압도적이었다.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들어 올려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았다. 현진 씨도 한참 동안 천장을 보며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예술작품들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로마의 정신과 역사를 담고 있는 시간의 조각들이었다.
신나게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아직 배는 안고픈데 당이 떨어진 느낌? 그때 현진 씨가 나에게 말했다.
현진: "안나 씨 힘들죠? 우리 젤라또 먹어요~ 이탈리아에 오면 젤라또는 꼭 먹어봐야 돼요^^ 아이스크림 하고 조금 다른 질감인데 쫀득하고 진한 맛이에요. 진짜 맛있어요."
나: "좋아요^^ 지금 먹으면 더 맛있을 거 같네요."
길거리에 늘어선 젤라또 가게 중 한 곳에 들어가 다양한 맛을 고르며 고민하다가, 현진 씨와 나는 서로 다른 맛을 선택해 서로 나눠 먹기로 했다. 한 입 한 입이 너무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이탈리아 와서 먹은 음식들 중 가장 입에 맞고 너무 맛있었다. 앞으로 종종 먹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젤라또를 먹으면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