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를 마치며

감정과 잠시 앉아 있는 힘

by 그대로 박희룡

우리는 그동안 감정을 억지로 고치거나 해결하려 애쓰지 않았습니다. 화가 치밀거나 슬픔이 깊어지는 순간, 혹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날에도 도망치지 않고 그 곁에 잠시 머물러 보았습니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내 안의 풍경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온 것입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우리는 비로소 감정과 마주 앉는 법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감정에 잡아먹힐까 봐 두렵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흔들림의 시간을 통과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내 안의 거친 감정들은 나를 파괴하러 온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들은 험한 세상을 버텨온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처 입은 영혼을 대신해 울고 소리치던 당신의 가장 아픈 조각들이었습니다. 무감각조차 마음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휴식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 곁에 머문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예기치 못한 감정의 파도는 몰려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있어도 괜찮아. 내가 네 곁에 있을게.” 이 허락 하나가 평생 숨 가쁘게 달려온 마음의 숨통을 틔워주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 감정을 품어낼 만큼 더 큰 존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감정의 숨소리를 듣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는 이 감정들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왜 반복되는지 그 뿌리를 찾아가려 합니다. ‘머무름’은 더 깊은 자기 이해와 용서로 나아가기 위한 단단한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위대한 회복은 시작되었습니다. 감정을 품어낸 시간들이 밑거름이 되어, 이제 우리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되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토닥여주세요. 그 힘든 감정 속에서도 끝내 자리를 지켜준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줍시다. 이 작은 긍정이 쌓여 당신의 인생을 지탱하는 거대한 힘이 될 것입니다. 머무름의 힘을 믿는 사람은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왜 아파했는지, 그 아픔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 했는지 답을 찾아가는 다음 여정인 ‘이해하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당신이 머물러준 그 시간들이 이제 당신의 삶을 비추는 횃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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