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한적한 바닷가, 희고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절뚝대며 걸어가고 있었어요.
'또리'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는 어릴 적 같이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여러 주인에게 맡겨지다 어느 대장장이 집에 가게 되었는데요, 성질이 고약하기로 소문난 대장장이는 작고 연약한 또리를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어요.
"밥을 줬으면 빨리빨리 먹으란 말이야!!"
"여기다가 똥을 싸놓으면 어떡해!!!"
"아무짝에 쓸모없는 강아지 같으니!!"
매일같이 모진 말과 괴롭힘에 시달리던 또리는 대장장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밖으로 도망쳤어요.
어디인지도 모르는 길을 내달리며 수없이 넘어지고 달려오는 차에 치일 뻔도 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 하나로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어요.
상처투성이가 되어 도착한 곳은 바닷가.
어느새 또리의 흰 다리는 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어요.
몸도 마음도 지친 또리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지요.
그때, 하늘을 날던 꼬마 갈매기가 또리에게 다가왔어요.
"무슨 일이니?"
또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또리의 이야기를 들은 꼬마 갈매기의 머릿속에는 오늘 아침 엄마 갈매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착한 일을 하고 오면 옆동네까지 날아보고 싶다던 니 소원을 들어주마"
'기회는 이때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착한 일을 해야 했던 갈매기는 또리에게 나뭇가지를 가져다주었어요.
"다리가 아프니까 여기에 지지해서 걸어보련"
"고마워... 하지만...."
또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갈매기는 말했지요.
"괜찮아, 그럼 난 이만 갈게! 엄마에게 지금 내가 한 착한 일을 말해야 하거든"
그렇게 갈매기는 또리의 곁을 떠나버렸어요.
잠시 뒤, 근처 풀숲에 살고 있던 다람쥐가 다가왔어요.
"무슨 일이니?"
또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또리의 이야기를 들은 다람쥐는 다시 풀숲으로 돌아가서 도토리를 한 아름 안고 왔어요.
"자, 이거 내가 힘들게 모은 도토리야. 배가 고플 것 같으니까 이걸 먹으렴"
"고마워.... 하지만..."
또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람쥐는 말했어요.
"고맙지?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그게 뭔데?"
"저 쪽 슈퍼 앞에 누가 놓고 간 빵이 있어. 그걸 집에 가져가서 먹고 싶은데 내가 옮기기엔 너무 크단다. 그걸 물어다 우리 집에 놓아줄 수 있니?"
다람쥐의 눈이 반짝였어요.
"정말 미안해.... 그런데 지금 나는 너무나 지치고 힘들어서 저기까지 갈 자신이 없어"
"뭐라고?! 쳇!! 그럼 이것도 다시 가져가야겠어!!"
화가 난 다람쥐는 가져왔던 도토리를 품 안에 넣고 떠나버렸어요.
시간이 흘러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지고 있을 즈음, 모래사장 위를 느릿느릿 지나가던 거북이가 또리에게 다가왔어요.
"무슨 일이니?"
또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또리의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던 거북이는 이내 느릿느릿 걸음을 떼고 멀어져 갔어요.
"또 혼자구나....."
또리는 다시 모랫속에 얼굴을 파묻었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또리의 앞에 거북이가 나타났어요.
"물을 가져왔어, 일단 목을 좀 축이렴"
"고마워"
또리는 거북이가 가져온 물을 할짝대며 마셨어요.
"음.... 그런 다음에..... 내가 뭘 해주면 좋겠니?"
거북이가 물었어요.
"혹시 괜찮다면.... 내 옆에 있어주겠니....?"
떨리는 또리의 물음에 거북이가 빙긋이 웃고는 그 자리에 느리게 앉았어요.
"얼마든지!"
또리와 거북이는 나란히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또리에게 필요했던 건, 몸을 지탱할 나뭇가지도 주린 배를 채울 음식도 아닌 마음을 나눌 친구였던 거지요.
그렇게 또리와 거북이는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함께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