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텐트 밖은 우주
♬ Merry-Go-Round of Life - Howl's Moving Castle
어떤 사람이 밖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달으며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고 다른 삶을 살게 됐을 때, 그래서 떠났던 곳도 완전 다르게 느껴 돌아왔어도 돌아온 게 아니게 됐을 때 그건 여전히 여행일까? 아니면 그렇게 인생의 나선형 회전목마를 그리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여행인 걸까?
나는 태국, 베트남, 대만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 오토바이와 텐트로 이동 캠핑 생활을 하며 산다. 좋은 곳을 찾으면 생활의 필수 요소를 발굴해 일상을 구축하고 반복 방문과 새 개척 사업으로 삶을 강화, 확장해가는 식이다. 평균적으로 년 9개월 이상 캠핑을 하며 생활비는 다 합쳐서 년 500만원 정도다.
최근엔 12년 전 새로운 삶을 꿈꾸며 떠났었던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한국까지 영토를 넓혔다. 다시 만난 제주도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나는 과거와 미래로 시간 여행을 했고 평행 우주에 있을 미지의 섬을 만났다. 그렇게 원점에서 전혀 다른 시공을 경험하며 삶의 완성에 감동하고 그 신비력에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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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개개인에 따라 다 다르다. 그래서 삶을 이해하려면 무궁무진한 삶 우주에 뛰어들어 방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나란 존재도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나를 알려면 낯섦 속에서의 끝없는 실험과 관찰로 무한 가능성의 내면 우주를 탐험, 개발해야 한다.
내가 오토바이와 텐트로 삶을 꾸려가는 것도 삶 우주와 나 우주를 잘 여행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교통과 숙소, 비용이나 자존심 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고 깊이 있게 삶을 경험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낯선 환경과 힘든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냉정하게 자신을 테스트하고 단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꿰차는 시대, 인류가 갈 곳은 삶자리와 나자리다. 생존을 핑계로 계속 덮고 미뤘던 핵심 문제를 풀 때가 온 것이다. 그것은 시스템과 문명을 도구로 사용하는 신인류, 삶∞나 우주로 통하는 신문명의 출현을 요구한다.
지금부터 들려줄 나의 이야기가 새로운 시작의 마중물이 되기를.
2024년 12월 31일
베트남 푸꾸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