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2015년 태국 매싸이 (1년간 살면서 책을 썼던 집)
II A Whole New LIFE∞SELF Universe
9/12
고통은 나의 것
베이고, 구멍 나고, 독까지 퍼져 완전히 못쓰게 된
♬ Smile - Modern Times OST / Tomorrow - Annie OST
‘리브어로드’를 위한 1년 간의 힘들고 위험했던 여행이 끝난 후, 나는 곧바로 ‘여행하는 삶’이란 타이틀로 집필 작업에 돌입했다. 솔직히 그때까지도 나는 앞으로 가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두려움과 외로움에 하루 빨리 세상의 인정을 받고 사랑하는 이들을 되찾고 싶었다.
극도로 돈을 아껴야 했고 또 새로운 경험을 원했던 나는 북부 태국 시골의 버려진 폐가에서 생활하며 글을 썼다. 그런데 세네 달 예상했던 글쓰기는 1년을 훌쩍 넘겼고, 다 써보니 철학의 완성본 아닌 초기보고서에 불과했다. 여정을 끝내고 하루 빨리 돌아가려던 나에겐 더없이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그보다 아팠던 것은 사람들의 태도였다. 내가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나를 투명인간이나 죽은 사람 취급했다. 결국 책 출간을 마치자마자 심각한 번아웃이 찾아왔다. 몇 걸음 걷기도 힘들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사지로 내몰고 상실과 우울에 잠식당한 결과였다.
* * *
나는 무료 노천 온천이 있는 치앙다오에 쾌적한 집을 구해 요양 생활을 시작했다. 두 달쯤 지나면서 몸은 서서히 회복됐지만 상처입은 마음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다행히 한 여성을 만나 사랑을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보게 됐고, 사랑이 넘치는 다른 여성을 만나 내 지친 영혼을 치유받게 됐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고 걷기가 어려워져 내가 집에서 모셔야 하는 상황이 온 것. 그게 왕으로 군림하며 타인의 영혼을 파괴해온 반사회 인격장애 아버지의 유일한 살길이었다. 그렇게 난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는 적과의 동침이자 감옥 생활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자유를 잃은 슬픔 때문일까, 아버지가 계속 내뿜는 독 때문일까 나는 심각한 비염과 무릎 염증에 시달리며 기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침몰하는 상황. 아무리 봐도, 다 뒤져봐도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내 인생 여정은 여기까지 인가? 금기에 도전한 벌은 지독했고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