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1살까지 자폐였다가 갑자기 무한을 꿈꾸게 됐고 어른이 돼서도 극과 극을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살았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극히 드물었을 수밖에. 그나마 나를 이해했던 사람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늘 나를 쫓았던 엄마, 20년 동고동락한 와이프, 14년간 운영한 여행 커뮤니티 회원들이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사람들을 일시에 한꺼번에 잃게 됐다. 먼저 지병을 앓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처와 이혼했으며 커뮤니티는 문을 닫았다. 아내와 공동체를 잃은 건 전적으로 나 때문이었다. 나는 상실의 고통과 함께 죄의식과 불안에 시달리며 삶이 근본부터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아쉽고 무서운 게 없단 건 가진 게 없을 때 얘기였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걸 가졌고, 너무 높은 위치에 올라 있었다. 정리하고 내려오는 데 만도 하세월에 점점 폐인이 갔다. 이걸 일굴 때는 희망과 응원 덕분에 힘들어도 신이 났었는데 무로 돌아가는 내리막 길에선 몸도 마음도 정말 지옥이었다.
* * *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그냥 다 포기해버릴까, 다 잊고 지금 현실을 즐기며 살까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진짜를 향한 인생 여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젊었고 인생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나 자신과 사람들에게 명확한 선을 긋는 두 개의 충격 퍼포먼스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시작은 新 80일간의 세계일주, 7명의 지인 집을 방문 그들의 일상을 경험하며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였다. 다음은 노숙 생활, 몇 달간 창고와 빈 집을 전전하다 제일 추운 연말에 서울역 등에서 진짜 노숙을 했다. 인생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실행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벤트였다.
그 중 노숙은 내 도전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버틸 지 대비하는 성격이었고, 어떤 경우라도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 없게 확실히 못을 박아두는 의미였다. 그리고 2014년 3월 21일, 모든 걸 뒤로 한 채 오직 나와 삶만을 향한 우주 대장정에 올랐다. 기자와 인터뷰 5년 후였고, 내 나이 46살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