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삶∞나 우주로!

참나, 참삶, 참현실, 그리고 지금 여기

by 왕영호

사진 : 2013년 연말 을지로 지하철역




Ⅰ지구를 여행하는 외계인을 위한 안내서

9/12




나 홀로 우주에 2

이미 바닥인데 밑으로 무덤을 파 들어가는


♬ Gabriel's Oboe - The Mission OST / Theme - Mission Impossible




나는 11살까지 자폐였다가 갑자기 무한을 꿈꾸게 됐고 어른이 돼서도 극과 극을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살았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극히 드물었을 수밖에. 그나마 나를 이해했던 사람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늘 나를 쫓았던 엄마, 20년 동고동락한 와이프, 14년간 운영한 여행 커뮤니티 회원들이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사람들을 일시에 한꺼번에 잃게 됐다. 먼저 지병을 앓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처와 이혼했으며 커뮤니티는 문을 닫았다. 아내와 공동체를 잃은 건 전적으로 나 때문이었다. 나는 상실의 고통과 함께 죄의식과 불안에 시달리며 삶이 근본부터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아쉽고 무서운 게 없단 건 가진 게 없을 때 얘기였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걸 가졌고, 너무 높은 위치에 올라 있었다. 정리하고 내려오는 데 만도 하세월에 점점 폐인이 갔다. 이걸 일굴 때는 희망과 응원 덕분에 힘들어도 신이 났었는데 무로 돌아가는 내리막 길에선 몸도 마음도 정말 지옥이었다.




* * *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그냥 다 포기해버릴까, 다 잊고 지금 현실을 즐기며 살까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진짜를 향한 인생 여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젊었고 인생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나 자신과 사람들에게 명확한 선을 긋는 두 개의 충격 퍼포먼스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시작은 新 80일간의 세계일주, 7명의 지인 집을 방문 그들의 일상을 경험하며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였다. 다음은 노숙 생활, 몇 달간 창고와 빈 집을 전전하다 제일 추운 연말에 서울역 등에서 진짜 노숙을 했다. 인생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실행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벤트였다.



그 중 노숙은 내 도전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버틸 지 대비하는 성격이었고, 어떤 경우라도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 없게 확실히 못을 박아두는 의미였다. 그리고 2014년 3월 21일, 모든 걸 뒤로 한 채 오직 나와 삶만을 향한 우주 대장정에 올랐다. 기자와 인터뷰 5년 후였고, 내 나이 46살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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