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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영호 Dec 28. 2023

AI 만도 못한 X

Camping & Writing 9일차



서문



짐승과 AI, 그리고 인간



진짜 나를 찾는 데는 두 개의 단계가 있다. 하나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나는 누가 아닌지 몸소 깨닫는 과정, 다른 하나는 홀로 자기 내면을 탐험하며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깨닫는 과정. 타인은 비교와 차이의 발견이 중요한 첫 번째 단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이 세상에 타자가 없다면 진짜 나도 만날 수 없다.


같은 원리로 인간을 알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며 지금까지는 동물, 특히 포유류가 그런 역할을 해왔다. ‘짐승만도 못한 놈’이란 표현은 인간을 포유유와 구분한 예다. 그런데 이제 짐승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간과 훨씬 더 가까운 종이 등장했다. AI 로봇, 특히 닮은꼴에 소통이 되는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이 그거다.


AI의 등장이 충격적인 이유는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 믿었던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잡고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래서 그간 개개인의 정체를 대변하던 일과 직업을 대체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 인간은 정체성을 다른 데서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무엇인가,란 질문에도 다시 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 * *



나는 년 300일 이상 모터사이클 캠핑 생활을 하며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에서 살고 있다. 또 그 삶을 자원으로 낯선 세계를 소개하고 존재의 변화를 돕는 가이드 일도 하고 있다. 방문하는 지역마다 뿌리를 내리며 삶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간다는 점, 삶 자체가 자본과 직업이 된단 점에서 지금껏 없던 여행과 삶이다.


그러면 나는 왜, 어떻게 이런 삶을 살게 됐을까? 극단적으로 불확실하고 자유로운 삶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며 고유성을 발견하고 싶었고, 다양한 삶을 경험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하고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짜 나를 만나고 진짜 삶을 살려는 의지와 노력이 시간과 공간이 넘치는 우주적인 삶을 낳은 것이다.


인간이 AI를 만든 진짜 이유는 이렇게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인간을 구속하고 제한하던 좁아터진 일‘자리’를 떠나 드넓은 삶 자리, 존재 자리를 마음껏 누비기 위해서? 그래서 ‘AI 만도 못한 X’로 욕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그렇길 바란다. 인간이 진짜 인간 되는 새로운 역사를 위해, 내 인생의 사랑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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