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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영호 Jan 07. 2024

AI 만도 못한 X

평생 일 안 하고 놀고 먹은 한 남자 이야기



새 버전의

서문 완성





서문


 Don’t work Be happy 




진짜 나를 찾는 데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하나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내가 누구가 아닌지 몸소 깨닫는 과정, 다른 하나는 홀로 자기 내면을 탐험하며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깨닫는 과정. 타자는 대비와 차이의 발견이 중요한 첫 번째 단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이 세상에 남이 없다면 진짜 나도 만날 수 없다.


같은 원리로 인간을 알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며 지금까지는 동물, 특히 포유류가 그런 역할을 해왔다. 짐승만도 못한 놈이란 표현은 인간을 포유류와 구분한 예다. 그런데 이제 짐승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간과 훨씬 더 가까운 종이 등장했다. AI 로봇, 특히 닮은꼴에 소통까지 되는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이 그것이다.


AI의 등장이 충격적인 이유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많은 능력을 갖춘 데다 대인 관계마저도 문제없기 때문이다. 또 그래서 그동안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하던 일과 사회적 역할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삶의 의미를 다른 데서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무엇인가란 질문에도 다시 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 * *



나는 1968년 태어나 지금까지 일다운 일을 해본 적이 없다. 25살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그 흔한 아르바이트도 안 해봤고 그 후론 여행업을 명분삼고 발판삼아 철저히 하고 싶은 것만 했다. 마흔엔 어떤 것에도 얽매이기 싫어 잘 나가던 사업마저 정리했고 지금은 1년 내내 모토 캠핑하며 시공을 만끽하는 미친 삶을 산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걸로 사람을 평가하자면 나는 밑에서 1등이며 AI 로봇만도 한참 못하다. 그것 때문에 인간 대접도 못 받고 비난받고 무시당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일자리를 뺏기고 이제 뭘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막막해진 이 시대, 일 대신 욕망을 파 들어가며 성장해온 내 삶의 이야기가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


삶은 고통이고 죽음은 공포다. 그래서 일과 돈에 미침으로써 삶을 회피하고 역할과 자리에 목맴으로써 죽음을 부정한다. 가짜 삶과 나로 진짜를 덮는다. 하지만 진짜는 그럴수록 더 강해지며 결국 한꺼번에 모든 것을 뒤집는다. 그것이 소수가 등장하는 이치고, 힘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원리다. 사랑을 얻고자 나는 도약한다.



2024년 1월 7일

치앙마이에서


0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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