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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Feb 06. 2024

작업실이 생겼다.

'전문직 엄마'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스텝. 

작업실을 마련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열 평 남짓한 반지하 원룸이다. 그래도 혼자만의 공간이 생겨 썩 뿌듯하다. 매일 아침 식구들이 떠나면 어차피 혼자 남는데 뭐 하러 매달 월세로 돈을 쓰나, 할지 몰라도 집은 일하는 공간이 될 수 없기에 마련한 곳이다.




열평남짓 작은 공간이나마 내 공간이 생기면서 아침이면 폭탄 맞은 집을 뒤로하고 밖을 나선다. 오전의 어지러움은 과감히 뒤로 한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지저분한 꼴을 못 본 체 지나는 게 마치 화장실에서 뒤처리 못한 것 마냥 찝찝하기 그지없더니, 어느덧 습관이 됐다. 아, 참. 식기 세척기가 한 통 꽉 차야 돌리는 버릇도 버렸다. 이제는 반절만 채워져도 그냥 돌리고 만다. 세제를 반정도 용량으로 줄여 넣고 자주 돌리다 보니, 세척기 돌아가는 시간도 줄거니와 무엇보다 세척 후에 정리하는 시간도 줄어 편하다. 같은 이유로 빨래도 모았다 한꺼번에 하지 않고 빨래 바구니가 좀 찼다 싶으면 돌리고 만다. 그렇게 하니 개켜서 정리하는 시간뿐 아니라 세탁과 건조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무엇 때문에 일을 몰아하면서 힘을 썼는지 모를 일이다. 


청소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닌데. 여하간 작업실이 생기면서 하루 일정이, 마치 예전 일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침에 식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집안일은 잊고 내 할 일을 하고 나면 하루가 그렇게 개운 할 수 없다.  작업실서 하는 일이라는 게 별다를 게 없다 해도 집에서 하릴없이 보내는 것에 비할 바 아니다. 


작업실에 오면 첫째, 마음의 끈을 동여맬 수 있다. 

집과 사무실의 차이가 뭘까. 집은 쉼의 공간이고 사무실은 일을 위한 공간, 즉 공간의 목적이 다르다. 집에서 나와 십분 거리의 작업실로 오면서 나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집에 있으면 나중에 하지 뭐, 하고 미루어 버리고 말 것들도 이곳에 오면 착착, 순서대로 처리하게 되는 힘은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오는 힘이다. 

둘째,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15년 간 다니던 직장을 셋째 출산과 육아로 그만두면서 자연스럽게 나보다는 남편과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남편에게 더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일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하루 중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작업실이 생긴 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셋째, 좀 더 '전문적인 엄마'로 거듭날 수 있다. 

엄마도 전문직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억대 연봉이나 자격증은 없지만 누구나 될 수 없고 모두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17년째, 세 아이로부터 엄마 소리를 듣고 있지만, 과연 나는 얼마나 괜찮은 엄마일까? 여러모로 한참은 부족하다. 전문적인 엄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엄마 역시 고유의 공간이 필요하다. 꼭 작업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커피숍이나, 도서관이나  어느 장소라도 집이 아닌, 수양과 배움을 위한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앞으로 이곳에서 전문직 엄마로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응원과 댓글, 생각의 나눔 부탁드린다. 참고로 유아, 초등, 고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다. 교육에 대한 관심도 많으며 자기 계발, 글쓰기, 인테리어, 건강에 대한 관심 역시 많다는 점을 밝힌다. 


다음 글에서 또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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