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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Jun 22. 2022

의사의 태도

환자에겐 신호등 같다


  나는 의사 만나기를 싫어한다. 그들은 정당하고 공식적으로 내게 나쁜 점들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정확하게 내 눈을 보고 이야기한다. 어디 어디가 안 좋다고... 그리고 명령한다, 다양한 모양의 약을 복용하고 이러저러하게 꼭 해야 할 일들을. 대부분 내겐 너무 하기 힘든 일이다. 한때는 꼭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스트레스받지 말고 좀 쉬라는 것이었고, 지금은 살을 좀 찌우라는 것이다. 창피하지만, 어릴 적 긴 시간 아팠던 나는 알약을 잘 못 삼킨다. 어린 주먹 한 움큼씩 약을 삼켜야 했던 트라우마로 지금은 작은 알약 하나도 목에 걸려서 못 삼킨다. 새로운 병원에 가게 되면 또 설명을 해야 하고 이상한 눈빛을 받은 후 내 여윈 몸은 다시 한번 스캔당한다. 마음속 깊은 아킬레스건을  매번 그냥 건드려지게 된다.  


  그런데 근래 자주 가는 한방병원에서는 이런 부끄러움을 한결 덜 수 있다. 의사가 먼저 자신의 보통이지 않은 점을 먼저 얘기해주시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겪는 몸 불편한 상황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신체의 회복력이 떨어짐을 자신을 대입하여 일반화하여 받아들이게 한다. 사실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의사의 동병상련적 태도는 환자에게는 긴장을 풀어주고 안정감을 준다. 이렇게 환자와 공감하는 의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연초에 종합병원에서 건강 검진 후 설명을 들으러 갔다가 만난 젊은 의사가 떠오른다. 결과에 특이사항이 있어서 3개월 후 한 번 더 촬영을 해보자고 하기에 특이사항에 대해 물었더니ᆢ인상을 쓰면서 "촬영을 3개월 후 다시 하자면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ᆢ그냥 잘 지내다가 3개월 후 다시 다시 촬영하러 오는 사람과 그게 뭔지 물어보고 계속 걱정하는 사람 ᆢ "이라고 했다. 환자로서의 당연한 질문에 블래 컨슈머 대하듯 하는 그 의사의 태도에 당황스럽고 맘이 많이 상해서 바로 나왔다. 정말 다시 가기 싫었지만.. 어쩌기도 힘들어서 3개월 후 만난 그 의사는 태도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설명이 상세하고 친절하며 환자에게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서 나는 몇 번이고 그 사람이 맞나.. 책상 앞에 놓인 이름표를 확인했다. 그때 나는 잠을 못 자서 친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있었는데 ᆢ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도 그 약은 물론 먹고 있고  다른 약도 더 먹었다며 부작용에 대해 안심시키는 말까지 해주었다. 의전원 출신이어서 힘들었던 자신의 전력을 얘기하면서 자신도 힘들다고 넋두리까지 하면서. 신기한 일이지 않은가ᆢ 분명 같은 사람인데.


  누구나 순간적인 개인 사정은 있다. 아마 처음 봤을 때 그 의사도 환자가 귀찮은 피치 못할 사연이 있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몇 번의 기회를 더 주어야겠구나 ᆢ


  그리고... 나는 작은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늘 응원하는 성도가 오늘 수술한다. 어렵게 좋은 직장을 얻고 생애 첫 건강 검진 결과 난소에 이형적인 종양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녀는 아직 30대 초반 미혼인데.., 쿵하며 마음이 내려앉았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곳저곳 나쁜 상태이니까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수술 의뢰서를 작성하고 정성을 다해서 설명을 했다. 우리는 몇 날 며칠, 걱정에 매달리며 보내고 큰 병원에서 수술 전 검사 결과를 받았는데, 수술하실 집도의는 괜찮다고 원하는 대로 수술하면 된다고 안심시키는 큰소리를 치셨다. 우리는 일단 한시름 놓았다. 따져보면 크게 다른 말이 아니다. 겁나게 설명하는 의사와 비슷한 얘기지만 ᆢ별거 아닌 것처럼 씩씩하게 말해주는 의사가 우리는 일단 고맙다. 


   건강이 걱정인 사람에게 약도 중요하지만 권위 있는 위로가 필요할 때가 더 많다. 이미 생긴 병을 어쩌겠는가.. 최선을 다해서 고치고 조심하는 수밖에. 바보 같지만, 조삼모사 같은 내 마음은 수술하는 의사의 말에 위로를 얻고 힘을 내어서 기도하고 있다. 의사들이 더 좋은 컨디션으로 수술을 잘해주기를... 


  그리고 이 아이들이 앞으로 의사는 될 수 있으면... 덜 만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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