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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영미 Mar 20. 2023

봄을 먹다.

귀촌일기17.


화장한 봄날입니다.

유난히 맑고 푸른 하늘. 봄비가 내린지 이틀이 지난날  땅속에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촉촉한 땅을 밟고 있노라면 땅속에서 꿈틀거리는 느낌 혹시 느껴보셨는지요?

땅속 어두운 곳에서 머물다 대지인 어머니 품에서 싹을 틔우고 피어나는 봄꽃들 

씨앗의 여신 페르셔포네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햇살, 부드러운 바람, 머리 위로 지나가는 흰구름 떼 

머리를 치켜들고 반갑게 인사를 던지는 수선화.

이들의 수런거림에  마음이 들떠 집안에만 있을수가 없습니다.

바구니를 옆에 끼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수다가 한창인 수선화들.

시골집 뒤뜰과 텃밭 나에게는 시장 즉 마트나 다름없습니다.

오늘 저녁 국거리는 쑥입니다.

봄비가 내리고 나니 쑥이 쑥~ 자랐습니다.

뒤뜰에 쑥쑥 번져나가는 쑥 뿌리를 뽑아내지 않았던 게 다행이구나! 하며 

뒤뜰과 텃밭을 오가며 요 만큼 쑥을 캤습니다.

쑥국을 끓이기 위해 재료를 꺼냈습니다.

도다리 대신 가자미, 된장, 한알육수(멸치),날콩가루, 버섯 그리고 쑥




손질된 가자미에 물을 붓고  살을 익혔습니다.  너무 익히면 살이 흐물거려지니 적당히 ...

뼈는 발라내고 살만 따로 담아두었습니다.

가자미 삶은 육수 물은 국물로 이용합니다.

육수 물에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어냈습니다.

비린내 제거도 할 겸 마늘을 넣어도 좋겠으나 저는 쑥 향을 살려주고 싶어 마늘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된장을 푼 육수가 끓을때 한알육수를 넣고  준비한 쑥을 넣어 살짝 익혔습니다.

그리고 살만 발라둔 가자미 살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주었지요.

참. 참. 참.  날콩가루는 준비된 쑥에 뿌리고 콩가루가 쑥에 묻어나도록 살짝 버무리듯...

너무 푹 끓이지 말고 한소끔 만 끓여주어야 가자미 살도 덜 뭉개지고 쑥 향이 생생히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얇게 썬 버섯을 고명으로 넣고 살살 뒤집어주면  뜨거운 국물에 버섯이 익혀집니다.

(버섯은 요즘 한참 참나무에서 백화고로 올라온 쫀쫀한 육질입니다.)


봄이 오면 쑥 향이 가득한 가자미 쑥국 또는 도다리 쑥국 아니면 바지락쑥국.

파릇한 쪽파는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 

그 상큼한 맛은  온 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듯합니다.

입맛을 돋구워주는 갓 올라온 쌉싸름한 머위

초벌 부추, 달래, 냉이  .....

봄을 먹고 봄에 취하고 시골에 사는 재미입니다. 


봄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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