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중앙은행과 브릭스는 무엇을 꿈꾸는가?
최근 금 가격의 움직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금리가 이렇게 높은데도,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도 금 가격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강력한 힘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어쩌면 시장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금의 가치를 근본부터 바꾸는 거대한 힘이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바로 이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입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연간 1,000톤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을 순매수했습니다. 이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로, 금 시장에 거대한 ‘고래’가 등장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러시아, 터키, 인도 등 신흥국들이 주도하고 있죠.
이들의 금 매입은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아닙니다. 이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나타난 ‘달러의 무기화’, 즉 특정 국가의 달러 자산을 동결시키는 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이자, 장기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브릭스(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무역을 하고,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결제망(SWIFT)을 대체하려는 ‘탈달러화’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죠. 이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그 어떤 나라의 통제도 받지 않는 중립적인 자산, 즉 금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금 시장에 과거에는 없었던 매우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강력한 ‘가격 하방 경직성(price floor)’이 형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은 가격이 오를 때 추격 매수하고 내릴 때 공포에 파는 단기 투자자가 아니죠. 이들은 가격에 둔감한 장기적인 전략적 구매자죠.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때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 꾸준히 물량을 늘려갑니다. 이 거대한 수요가 시장의 하방 압력을 흡수하는 거대한 스펀지 역할을 하게 된 겁니다.
결국 금 시장의 주도권은 가격에 민감한 개인 소비자들로부터, 가격에 둔감한 ‘전략적 추척자(중앙은행)’들에게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값이 너무 오르면 인도의 주얼리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조절되곤 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국가 단위의 거대한 매수세가 채우고 있는 것이죠. 시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구조적 변화가, 앞으로 금의 가치를 어떤 ‘새로운 공식’으로 쓰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