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재탄생, 2부

깨진 공식: 달러와 금은 왜 함께 강해지는가?

by 구미잉

금융 시장에는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철칙과도 같은 공식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달러가 오르면 금은 내린다’는 것이었죠. 이 둘은 마치 시소의 양 끝에 앉은 것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은 내려가는 숙명을 지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공식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깨진 공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전통적으로 이 둘이 왜 반대로 움직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우선, 국제 시장에서 금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데요. 달러 가치가 오르면, 같은 1온스의 금을 사는 데 더 적은 달러가 필요하니 금 가격은 자연스레 하락 압력을 받게 되는, 일종의 시소 관계인 셈이죠. 또한, 달러와 금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의 왕좌를 두고 다투는 라이벌이었습니다. 경제가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은 일단 가장 쓰기 편한 현금인 달러로 몰려가는 ‘달러로의 도피’ 현상이 나타나곤 했죠. 이 과정에서 금은 잠시 소외되곤 했었죠.


그런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서방 세계가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 오랜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는데요. 시장은 달러 인덱스가 급등하는데도, 금 가격이 함께 오르는 기이한 ‘동반 강세’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바로 ‘달러의 무기화’가 안전자산의 정의를 둘로 쪼개놓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비서방 국가들은 ‘달러도 더 이상 완벽한 안전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죠. 이로 인해 안전자산의 역할이 분화된 겁니다. 미국 달러는 여전히,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때 너도나도 현금을 찾게 되는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피난처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층위가 더해진 것입니다. 금은 특정 국가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 동결되거나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없는, 이른바 ‘주권 리스크’와 ‘제재 리스크’에 대한 궁극적인 보험으로 재평가받기 시작되었죠. 국적이 없는 중립적인 돈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는 위기의 ‘성격’에 따라 달러와 금의 관계를 다르게 봐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만약 위기가 평범한 경기 침체와 같은 ‘경제적’ 문제라면, 과거처럼 달러는 오르고 금은 내리는 전통적인 공식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강대국 간의 갈등이나 금융 제재와 같은 ‘지정학적’ 문제라면, 투자자들은 단기 유동성을 위해 달러를, 그리고 시스템 리스크에 대비해 금을 동시에 사들이는 ‘동반 강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단순히 달러의 방향만 보고 금을 예측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시장의 공포가 ‘경제적’ 위기에서 오는 것인지, ‘지정학적’ 위기에서 오는 것인지 그 근원을 먼저 읽어야 하는, 더 복잡하지만 더 깊이 있는 분석의 시대로 접어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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