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럼프 행정부는 '침체'를 인정하기 시작했나?

by 구미잉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는 완벽해 보였습니다. 2분기 GDP는 3.8%나 성장했고,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는 좋은 상태"라며, 제이미 다이먼의 부채 위기 경고마저 "평생 틀린 예측"이라며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바로 그 베센트 장관의 입에서 충격적인 단어가 나왔습니다. "경제의 일부 부문은 침체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갑작스러운 '베센트의 변심'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단순한 경제 진단의 변화가 아니라, 12월 FOMC를 앞두고 연준을 압박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수사'일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 경제는 'K자 양극화'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자산가들은 랠리를 즐기지만,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죠. 여기에 36일째 이어지는 '역대 최장기 셧다운'은 K자의 하단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당장 4,200만 명의 식량 지원(SNAP)이 절반으로 깎이고, 저소득층의 겨울철 난방비(LIHEAP) 지원이 전면 중단되었으니 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베센트의 발언이 나옵니다. 그는 이 고통의 원인을 셧다운이라는 '정치적 교착'이 아닌, 연준의 '과도한 긴축'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연준이 분배 문제를 야기했다"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주택 침체를 끝내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라고 압박하는 것이죠.


이러한 외부의 압박은 연준 내부의 동조자와 만나 그 힘이 극대화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는 "연준이 50bp 금리를 더 내리지 않으면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며, 사실상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K자 양극화 하단의 '실질적인 고통'을 무기 삼아, 12월 FOMC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규모 금리 인하'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셧다운과 관세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경제 둔화의 책임을 연준에게 선제적으로 떠넘기는 '희생양 찾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죠.


과연 파월 의장은 이 강력한 '집게발 압박'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12월 FOMC는 이제 단순한 경제 회의가 아닌, 복잡한 정치적 힘겨루기의 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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