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청산'의 경고음

by 구미잉


지난 목요일(11월 6일) 시장은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보통 시장이 불안하면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오르기 마련인데, 이날은 주식(S&P 500 -1.1%)이 하락하는데 달러 인덱스(DXY)마저 100선 아래로 함께 하락하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엔화와 유로화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이날 달러가 약했던 이유는 바로 엔화와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주식 매도세의 수혜를 엔화가 입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즉, '주가 하락'과 '엔화 강세'가 동시에 일어난 것이죠.


이는 '에브리씽 랠리'를 이끌던 가장 강력한 유동성 엔진 중 하나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Unwinding)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경고음일 수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간단합니다. 금리가 거의 없는 엔화나 유로화를 빌려서(펀딩 통화), 금리가 높거나 성장성이 좋은 미국 자산(기술주 등)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전략이죠. 하지만 시장이 불안해지면(예: 어제 발표된 2008년 이후 최악의 감원 보고서),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이익을 실현하고 빌린 돈을 갚으려 합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익이 난 미국 기술주를 팝니다( 나스닥 -1.9% 폭락). (2) 손에 쥔 달러를 팔아 빌렸던 엔화나 유로화를 삽니다( 달러 인덱스 하락, 엔/유로 강세). 어제 시장은 이 교과서적인 패턴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금(Gold) 가격입니다. 만약 어제 시장이 2020년 3월처럼 모든 것을 팔아 현금(달러)을 확보하려는 '유동성 패닉' 상태였다면, 금 가격 역시 폭락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제 금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소폭 상승하며 '탈동조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어제의 매도세가 무차별적인 '패닉 셀링'이 아니라, '캐리 트레이드'라는 특정 레버리지 포지션을 정리하는 '구조적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의 시작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에브리씽 랠리'의 전제 조건이었던 '값싼 펀딩 비용(엔저)'과 '영원한 자산 가격 상승(미국 기술주)'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연 어제의 현상은 일시적인 조정일까요, 아니면 글로벌 유동성의 거대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더 큰 경고의 서막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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