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시장을 돌아보면 참 미스터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또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현상을 하나 꼽자면 단연 금값의 강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셨을 겁니다. 달러가 여전히 강한데 왜 금값도 같이 오르는 걸까 하고 말이죠.
우리가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운 공식대로라면 달러가 강세일 때 금은 약세를 보여야 정상입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은 떨어지니까요. 시소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은 내려가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죠. 오늘은 이 현상이 단순한 투기 수요가 아니라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시장의 큰손들이 왜 금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최근 금 매수의 주체는 투기 자본보다는 각국의 중앙은행들,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들은 왜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을 꾸준히 모으고 있을까요. 이는 자산 배분의 관점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수익률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안정성과 다변화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된 겁니다.
몇 년 전 지정학적 이슈들을 겪으면서 각국은 특정 통화 자산에만 집중하는 것이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인지했습니다. 달러 자산이 여전히 중요하고 안전하지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기보다는 나누어 담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죠. 누구의 부채도 아니며 오랜 기간 가치를 보존해 온 실물 자산인 금을 통해 보유 외환의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 이것이 금 가격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첫 번째 요인입니다.
여기에 거시경제적 환경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재정 상황에 대한 시장의 고민입니다. 현재 미국의 부채 규모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부채가 많다는 것은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크다는 뜻이고, 이는 중앙은행인 연준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싶어도 이자 비용 탓에 고금리를 마냥 길게 가져가기 부담스러운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죠.
투자자들은 이런 구조적인 환경을 보면서 미래의 화폐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화폐 가치가 조금씩 희석될 가능성은 없을까 하고 말이죠. 이런 시나리오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의 구매력을 보존해 줄 수단으로 금을 선택하는 것은 공포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합리적인 헤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날씨가 흐려질 것 같으니 우산을 미리 챙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결국 지금 금과 달러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시장이 단순히 위기를 점치고 있다기보다는 변화하는 통화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달러는 여전히 기축통화로서 결제와 유동성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고, 금은 가치 보존과 리스크 관리의 수단으로써 그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죠. 두 자산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셈입니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금 가격의 등락 그 자체보다는, 왜 스마트한 자금들이 실물 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지 그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