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의 휴식과 병사들의 진격

by 구미잉

2026년의 첫 주말입니다. 어제는 새해 첫 거래일이었는데요. 보통 1월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그 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고들 하죠. 그런데 어제 시장 성적표를 받아 들고 고개를 갸웃하신 분들이 꽤 많으셨을 겁니다. "아니, 나스닥은 멈췄는데 내 계좌는 왜 빨간불이지?" 혹은 반대로 "지수는 올랐다는데 내 애플 주식은 왜 파란불이야?" 하셨을 수도 있고요. 오늘은 이 엇갈린 성적표 뒤에 숨겨진 시장의 속마음을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지난 2025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야말로 영웅들의 시대였습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수의 빅테크,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이라는 장군들이 앞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 나머지 병사들은 그저 먼지를 마시며 뒤따라가기 바빴죠. 시장 전체가 오르는 것 같아도 사실은 몇몇 장군들의 활약에 가려진 착시 현상이 컸습니다. 숲은 울창해 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대한 나무 몇 그루만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그 아래 작은 풀들은 그늘에 가려 시들어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새해 첫날, 아주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칠 줄 모르고 달렸던 장군들이 잠시 멈춰 섰습니다. 테슬라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장주들이 숨을 고르는 사이, 그동안 소외되었던 중소형주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겁니다. 실제로 어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중소형주를 모아놓은 러셀 2000 지수는 1% 넘게 급등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비유하자면 달리기 계주에서 바통 터치가 일어나는 순간과 비슷합니다. 작년 한 해 전력 질주하느라 체력이 빠진 첫 번째 주자가 이제 막 몸을 푼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죠. 시장의 돈이 비싸진 기술주에서 상대적으로 싸고 덜 오른 가치주나 중소형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누가 더 빨리 성장하나"에서 "누가 더 가격 매력이 있나"로 옮겨가고 있는 겁니다.


이걸 두고 시장이 약해졌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소수의 영웅에게만 의존하는 시장은 위태롭습니다. 영웅 하나가 넘어지면 전체가 무너지니까요. 하지만 수많은 병사들이 함께 전선을 넓히는 시장은 훨씬 튼튼합니다. 어제 시장을 보면 지수는 보합이었지만 상승한 종목 수가 하락한 종목 수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시장의 온기가 구석구석 퍼지고 있다는, 아주 건강한 신호죠. 키 큰 나무 아래 가려져 있던 풀들이 드디어 햇볕을 쬐고 자라나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이것이 하루짜리 반짝 이벤트일지, 아니면 2026년을 관통하는 거대한 트렌드의 시작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장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처럼 대장주만 사놓고 기다리면 되는 쉬운 장세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숲 전체를 보되,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숨은 보석들을 찾아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군들이 쉬어가는 시간, 이제 병사들의 진격이 시작된 걸까요. 2026년 주식 시장은 어쩌면 화려한 독주보다는 다 함께 달리는 군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 동안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도 소외된 병사들이 없는지 한번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도쿄에서 날아오른 나비, 그리고 엔 캐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