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인문학 1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돈이 늘어난다고 해서 행복감이 그만큼 커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미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돈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쉽게 말해 돈은 불행을 막아주는 아주 훌륭한 방패입니다. 춥고 배고픈 서러움이나 병원비 걱정 같은 고통을 막아주죠. 하지만 내 마음속의 우울함이나 외로움 그리고 관계의 결핍까지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불행한 사람에게 돈은 그저 조금 더 편안한 불행을 제공할 뿐이지만 내면이 단단하고 행복한 사람에게는 삶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날개가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돈의 시간 가치를 따지며 투자를 합니다. 복리의 마법을 누리기 위해 그리고 미래의 더 큰돈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죠.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삶의 시간 가치는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를 한답시고 밤새 잠을 설치고 스트레스 때문에 가족에게 짜증을 내고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내 영혼을 갉아먹는 감정 노동일뿐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시간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애슐리 윌런스 교수는 이를 시간 풍요라고 불렀습니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돈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배당금입니다. 100억 원을 가졌지만 하루 종일 시세판에 묶여 전전긍긍하는 사람보다 자산은 적어도 주말 오후에 가족과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얼마나 벌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벌 것인가로 말이죠. 투자의 목적은 통장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어야 합니다. 스트레스받지 않는 투자 그리고 내 삶을 방해하지 않는 투자가 진짜 불로소득입니다. 돈을 위해 시간을 태우는 삶이 아니라 시간을 지키기 위해 돈을 불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투자를 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