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실패학 2부
은행가는 맑은 날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뺏어가는 사람이다. 10월은 주식 투자에 특히 위험한 달이다. 다른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그리고 2월이 있다.
주식 투자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뼈 때리는 명언들의 주인공은 바로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입니다. 그는 왜 금융에 대해 이렇게 냉소적인 말들을 쏟아냈을까요. 그것은 그가 투자로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봤기 때문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시대를 앞서간 얼리어답터였습니다. 그는 타자기로 원고를 쓴 최초의 작가였고 집에 전화기를 가장 먼저 설치한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글을 써서 번 돈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인세로 번 돈이 현재 가치로 수백억 원에 달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지갑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바로 신기술이라는 구멍이었죠.
그를 파산으로 몰고 간 주범은 페이지 식자 기라는 기계였습니다. 당시 인쇄소에서는 사람들이 손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맞췄는데 이 기계는 그걸 자동으로 해준다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었습니다. 트웨인은 이 기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확신하고 무려 14년 동안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문제는 이 기계가 너무 완벽했다는 점입니다. 부품만 18,000개가 들어가는 복잡한 기계였고 고장이 잦았습니다. 트웨인이 조금만 더 하면 완성된다는 발명가의 말에 속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을 쏟아붓는 사이 경쟁자는 훨씬 단순하고 저렴한 기계를 내놓아 시장을 장악해 버렸습니다. 결국 트웨인이 투자한 30만 달러 지금 돈으로 100억 원이 넘는 거금은 고철 덩어리가 되어 사라졌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가 진짜 대박을 발로 찼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날 무명의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찾아와 전화기 사업에 500달러만 투자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트웨인은 그런 장난감은 공장에서나 쓰겠지라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 500달러는 훗날 통신 제국 AT&T가 되어 수천억 원의 가치로 불어날 운명이었습니다.
복잡한 기계에는 전 재산을 걸고 세상을 바꿀 전화기는 장난감 취급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60세가 다 된 나이에 파산한 트웨인은 빚을 갚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세계 일주 강연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가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기며 돈을 버는 사이 고향에 있던 사랑하는 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까지 겪어야 했죠.
마크 트웨인의 실패는 우리에게 단순함의 미학과 겸손을 가르쳐 줍니다. 그는 자신이 인쇄업을 잘 안다고 착각했기에 복잡한 기술에 현혹되었고 진짜 혁신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난해한 기술 용어로 포장된 테마주에 열광합니다. 뭔가 있어 보이니까요. 하지만 트웨인이 100억 원을 내고 배운 교훈을 잊지 마세요. 진짜 위대한 기술은 18,000개의 부품이 아니라 전화기처럼 버튼 하나로 세상을 연결하는 단순함에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