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실패학 3부
1994년 월스트리트에는 어벤저스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드림팀이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LTCM. 구성원들의 면면은 화려함을 넘어 경이로웠습니다. 채권 투자의 전설 존 메리웨더를 필두로 금융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가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이 펀드를 만든 것과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들은 수학 공식으로 시장의 모든 위험을 계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초기 3년 동안 그들은 연평균 40%라는 기적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자신들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그들의 필승 전략은 간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과 우선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벌어졌을 때 언젠가는 다시 좁혀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양쪽을 동시에 매매하는 차익거래였습니다. 문제는 이익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들은 1억 원을 가지고 25억 원 심지어 100억 원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 전략을 썼습니다.
이것은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도로가 평탄할 때는 남들보다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작은 돌부리 하나만 밟아도 대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였으니까요.
1998년 그 작은 돌부리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이었습니다. LTCM의 천재들이 만든 슈퍼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핵 보유국인 러시아가 망할 확률은 0.000001%도 안 되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러시아가 돈을 못 갚겠다고 배 째라를 시전 하자 전 세계 금융 시장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멈추고 무조건 안전한 미국 국채로만 달려갔습니다. LTCM의 공식대로라면 좁혀져야 할 가격 차이가 역사상 유례없이 벌어졌고 그들이 걸었던 100배의 레버리지는 거꾸로 100배의 손실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결국 단 4년 만에 LTCM은 4조 원이 넘는 돈을 허공에 날리고 파산했습니다.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 연준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거대한 사건이었습니다. 천재들은 빈털터리가 되어 월가를 떠났고 그들의 신화는 처참하게 깨졌습니다.
LTCM 사태는 우리에게 지도가 영토는 아니다는 뼈저린 교훈을 줍니다. 아무리 정교한 수학 공식도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만들어내는 시장의 광기를 완벽하게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말했습니다. 시장은 당신이 파산할 때까지 비이성적일 수 있다. 천재들의 오만은 이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우리가 투자를 하면서 겸손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