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가장 비싼 복수 버크셔 해서웨이

거인들의 실패학 4부

by 구미잉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에게 인생 최악의 실수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겁니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것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니까요. 세계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드는 그 전설적인 기업을 산 게 실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시간을 1964년으로 되돌려 봅시다. 30대의 혈기 왕성한 투자자였던 버핏은 망해가는 섬유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간단했습니다. 경영진이 주식을 되사줄 때 비싸게 팔고 나와 차익을 챙기는 것이었죠. 일명 담배꽁초 줍기 전략이었습니다.


경영진은 주당 11.5달러에 사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도착한 계약서에는 11.375달러가 적혀 있었습니다. 약속보다 고작 0.125달러 우리 돈으로 150원을 깎으려 든 것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치사하다며 욕 한 번 하고 팔았을 겁니다. 하지만 자존심 센 젊은 버핏은 이성을 잃고 격분했습니다.


감히 나를 속이려 들어.


버핏은 주식을 파는 대신 미친 듯이 사들여 회사의 경영권을 뺏어버렸습니다. 오로지 그 경영자를 해고하기 위해서였죠. 복수에는 성공했지만 남은 건 끔찍한 현실이었습니다. 홧김에 떠안은 회사는 사양 산업인 섬유 공장이었고 돈을 벌기는커녕 까먹기 바쁜 애물단지였습니다.


버핏은 이 낡은 공장을 살려보겠다고 무려 20년이나 매달렸습니다. 그는 훗날 이 기간을 2,000억 달러짜리 실수라고 불렀습니다. 그 시간과 돈을 다른 좋은 기업에 투자했다면 벌었을 어마어마한 기회비용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버핏의 평생 파트너인 찰리 멍거가 쓴소리를 날립니다. 워런 이제 그만 인정해. 싼 쓰레기 기업을 줍는 버릇을 버리고 제값을 주더라도 위대한 기업을 사야 해.


버핏은 자신의 실수를 쿨하게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섬유 공장에서 쥐어짜 낸 마지막 현금으로 기계를 사는 대신 보험사를 샀습니다. 보험사가 미리 받은 보험료인 플로트를 종잣돈 삼아 코카콜라나 애플 같은 위대한 기업들을 사들인 것입니다. 만약 그가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섬유업을 고집했다면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없었을 겁니다.


버핏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투자의 신조차 감정에 휘둘려 150원 때문에 2,000억 달러짜리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짜 위대함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방향을 트는 용기인 피벗에서 나옵니다.


거인들의 실패학 시리즈를 마치며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입니다. 뉴턴도 트웨인도 노벨상 수상자들도 심지어 버핏도 실패했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실패를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자책하지 마세요. 버핏이 망해가는 섬유 회사를 전설적인 제국으로 바꿨듯이 당신의 실패도 훗날 위대한 성공 스토리의 첫 페이지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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