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위기의 역사 속에서 찾은 투자의 원칙

by 구미잉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시작해 2020년 팬데믹 쇼크까지, 우리는 50년이라는 긴 시간의 강을 함께 건너왔는데요. 닷컴 버블의 광기, 2008년 금융 시스템의 심장마비, 유럽의 분열까지… 위기는 매번 다른 얼굴로 찾아왔지만, 그 이면에는 놀라울 정도로 반복되는 패턴이 숨어 있었죠.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지만, 그 운율은 계속해서 우리 곁에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이 긴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위기의 거울 속에 비친 몇 가지 변치 않는 투자의 원칙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 시장의 가장 강력한 엔진은 탐욕과 공포라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버블의 정점에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위험한 주문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혹은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주택 가격이 과거의 경제 법칙을 모두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집단적 믿음이었죠.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죠. 새로운 기술과 금융 혁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내재가치를 무시한 가격 폭등을 영원히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요. 시장 참여자들이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에 휩싸여 펀더멘털을 잊는 순간, 위기는 조용히 잉태되고 있었습니다.


둘째, 위기를 막기 위한 처방이 종종 다음 위기의 씨앗이 된다는 역설입니다. 1998년 LTCM 사태를 막았던 연준의 선제적 금리 인하는 닷컴 버블의 연료가 되었고, 닷컴 버블 붕괴를 수습하기 위한 저금리는 2008년 주택 버블의 토양이 되었죠. 2008년의 위기에 대응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는 ‘중앙은행 만능주의’라는 새로운 믿음을 낳았고, 이는 2020년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의 버블’로 이어졌습니다. 마치 불을 끄기 위해 쏟아부은 물이 집의 토대를 약하게 만들어 다음 폭풍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것과 같았습니다. 중앙은행의 ‘안전망’은 단기적인 고통을 덜어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위험 감수성을 무디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던 겁니다.


셋째, 진짜 위험은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배관’에 숨어 있다는 교훈입니다. 2008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집값이 폭락하리라고 상상조차 못 했죠.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복잡한 파생상품이라는 배관이 터지자, 그 충격은 전 세계 모든 가정의 안방까지 덮쳤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개별 국가의 경제는 멀쩡해 보였지만, ‘하나의 중앙은행, 여러 개의 재무부’라는 유로존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배관에 균열이 가자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뻔했죠. 이는 우리에게 개별 자산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자산이 속한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중요한 가르침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광기가 끝난 폐허 속에서도 결국 살아남는 것은 ‘상식’이었다는 점입니다. 닷컴 버블이 꺼졌을 때, 방문자 수(eyeballs)가 아니라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낸 아마존과 이베이는 살아남아 거대 제국을 건설했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라는,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하고 기본적인 원칙이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었던 겁니다.


이제 우리는 40년간 이어져 온 ‘저물가-저금리’ 시대의 종언이라는 새로운 변곡점 위에 서 있습니다. 팬데믹이 남긴 막대한 부채와 지정학적 갈등은 과거와는 또 다른 형태의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죠. 우리가 함께 들여다본 이 ‘위기의 거울’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수정구슬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거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시장의 열기 속에서 탐욕과 공포의 추를 어디에 놓고 있는지, 중앙은행의 안전망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딛고 선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배관은 과연 튼튼한지 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다가올 또 다른 위기의 파도를 헤쳐나갈 가장 현실적인 지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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