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환영, 달러 강세는 거부: 미국의 모순적인 요구

by 구미잉

최근 미국이 한국, 일본, 스위스 등 주요 동맹국들과 맺은 환율 합의에는 한 가지 기묘하고도 중요한 조항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정부 투자 기관은 경쟁을 목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요. 이는 마치 인기 있는 맛집 사장님이 VVIP 고객들에게 "우리 가게에 투자하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당신들 때문에 가게 앞이 붐벼서 동네가 시끄러워지면(달러 가치가 오르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모순적인 요구입니다.


이러한 모순의 뿌리에는 '강한 달러는 부담'이라는 현 미국 행정부의 독특한 정책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티븐 미란과 같은 핵심 경제 참모들은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지위 때문에 항상 고평가 되어 있고, 이것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제조업 쇠퇴를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약한 달러'를 통해 미국의 무역 균형을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죠.


문제는 이 '약한 달러'라는 목표가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라는 또 다른 국가적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5,500억 달러, 한국의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는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필수적이지만, 상식적으로 이 막대한 자금이 미국으로 향하려면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폭발해 달러 가치가 급등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숙제를 내주고 있습니다. "투자는 약속대로 이행하되, 그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행위는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이는 사실상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네가 지는(heads I win, tails you lose)" 게임과 같습니다. 투자로 인한 이익(고용, 산업 발전)은 미국이 가져가는 대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차손의 위험은 투자하는 동맹국이 알아서 감수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사례는 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는 대신, 과거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쌓아 두었던 '기존의 달러 보유고(외환특별회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고 달러를 '재활용'함으로써 미국의 두 가지 모순된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절묘한 해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미국은 과연 '투자 유치'와 '달러 약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영원히 쫓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러한 모순적인 요구가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게 하고, 결국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지위 자체를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까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결과에 세계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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