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월스트리트를 지배했던 'TACO'라는 단어를 기억하십니까?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이 약어는, 시장이 고통을 호소하면 결국 행정부가 강경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굳건한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흔들림 없는 관세 정책을 보면, 그 믿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합니다. 과연 'TACO'는 어디로 갔을까요?
'TACO' 내러티브가 탄생했던 지난 4월의 기억을 되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위협했을 때, 시장은 이틀 만에 10% 넘게 폭락하며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행정부는 곧바로 고율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며 한발 물러섰고, S&P 500 지수는 그날 하루에만 9.52% 폭등하는 역사적인 반등을 보였죠. 이 짜릿한 경험은 시장에 하나의 공식을 각인시켰습니다. '위협으로 시장이 하락하면, 그것은 저가 매수의 기회다.'
하지만 2025년 하반기의 풍경은 완전히 다릅니다. 행정부는 이제 셧다운이라는 극심한 경제적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당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고, 유예했던 관세들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시장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강해진 미국 경제'가 있습니다. 지난 2분기 미국 GDP는 3.8%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마치 봄에는 아직 회복 중인 환자(미국 경제)에게 함부로 독한 약(강경책)을 쓰지 못하던 의사(트럼프 행정부)가, 가을이 되어 환자가 건강을 되찾자 자신감을 갖고 원래의 치료 계획을 밀어붙이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경제라는 튼튼한 '쿠션'이 생겼으니, 시장의 단기적인 비명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죠.
결국 'TACO'의 실종은 시장의 암묵적인 안전판이었던 '트럼프 풋'이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과거 시장의 하락은 행정부의 강경책을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브레이크가 사라졌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요? 'TACO'가 사라진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제 스스로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