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리 발작이 미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

by 구미잉

일본에 다카이치 사나에라는 새로운 총리가 선출되었습니다. 그녀의 강력한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로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죠. 그런데 이 소식에 왜 미국 워싱턴 D.C. 의 재무부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요? 지구 반대편의 금리 이야기가 미국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금융 시장에서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도쿄에서 일어난 작은 날갯짓이 워싱턴에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 수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와 '글로벌 채권 투자자'라는 두 흐름이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투자국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일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 국채를 살 이유가 줄어듭니다. 오히려 미국 국채를 팔고 더 안전한 자국 국채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죠. 이는 미국 국채 가격을 하락시키고, 금리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국채가 10bp 충격을 받으면 미국 국채 수익률이 2~3bp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이 이제 '글로벌 채권 시장의 충격 순 수출국'이 되었다는 의미심장한 진단이죠.


그리고 이 나비효과는 지금 미국 행정부가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입니다. 우리가 이전 에세이에서 살펴보았듯, 미국은 자국의 막대한 이자 부담을 줄이고 주택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장기 금리 안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지난 9월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 자국 장기 금리가 오르고, 그 여파가 미국까지 온다"라고 이례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결국 일본의 새로운 총리가 추진하려는 경기 부양책이, 의도치 않게 글로벌 금리를 끌어올려 미국의 경기 부양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은 이처럼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갑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은 과연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적인 처방이 될까요? 아니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새로운 미-일 갈등의 불씨가 될까요? 도쿄에서 시작된 작은 파동이 워싱턴의 해안에 어떤 파도를 만들어낼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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