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 가격이 4,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는, 금이라는 육중한 노란 금속이 지금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바로 서방의 금융 중심지인 런던과 뉴욕에서, 동방의 새로운 허브인 상하이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입니다.
이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2022년, 서방이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3,000억 달러를 동결시킨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비(非) 서방 국가들의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끔찍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바로 '달러 시스템'은 중립적인 금융 인프라가 아니라, 언제든 우리를 옥죌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죠. 자산이 가치를 잃을 위험보다, 자산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는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한 것입니다.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는 '중립적인 안전자산'을 향한 거대한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으로 1,000톤이 넘는, 반세기 만의 최대 규모의 금을 순매수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골드 러시'가 철저히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독일 등 G7 국가들의 금 보유량은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중국, 인도, 튀르키예, 폴란드 등 비서방 국가들이 금 매입을 독점적으로 주도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거대한 분기(The Great Divergence)'라고 표현한 이 현상은, 마치 세계가 '달러 블록'과 '非달러 블록'으로 나뉘어 각자의 생존 전략을 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非달러 블록'은 어디서 금을 사고 보관할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의 큰 그림이 드러납니다. 중국은 상하이 금 거래소(SGE)를 중심으로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에 자체적인 금 보관 및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런던과 뉴욕이 주도하는 서방의 '종이 금(Paper Gold)' 시장에 대항하는, '실물 금(Physical Gold)' 기반의 새로운 금융 고속도로를 놓는 것과 같습니다. 자산 동결을 두려워하는 국가들에게 '종이 위 약속'보다 '손에 쥘 수 있는 금괴'가 훨씬 더 매력적인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지난 50년간 우리는 달러가 금을 대체하는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동방으로 향하는 금의 거대한 흐름은 어쩌면 금이 다시 달러를 견제하는 새로운 시대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돈의 역사가 새로운 장을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