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의 '바퀴벌레' vs 베센트의 '낙관론'

by 구미잉

월가의 두 거물이 금융 시장의 건강 상태를 두고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더 많이 있을 것"이라며 시스템 깊숙한 곳에 숨겨진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반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평생 그런 예측을 했지만 맞은 적 없다"라며 그의 우려를 '과도한 걱정'으로 일축했죠. 과연 우리는 누구의 말을 더 귀담아들어야 할까요?


다이먼의 경고는 허공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의 발언은 JP모건이 3분기에 1억 7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게 만든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의 파산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저금리 환경 속에서 느슨해진 대출 기준과 불투명한 '그림자 금융(NBFI)' 부문에 쌓여온 부실의 첫 신호탄일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마치 집안 구석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을 때, 찬장 안을 열어봐야 한다는 숙련된 방역 전문가의 직감과도 같죠. 실제로 그는 올 한 해 내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높은 자산 가격, 그리고 특히 사모 신용 시장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 왔습니다.


반면, 베센트 장관의 낙관론은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그의 경제 철학에 기반합니다. 그는 AI와 제조업이 이끄는 미국의 강력한 펀더멘털을 믿으며, 금융 시스템의 안정보다는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를 더 강조해 왔죠. 그의 입장에서 다이먼의 경고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비관론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객관적인 증거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있을까요? 다이먼의 경고처럼, IMF는 최신 보고서에서 NBFI 부문의 리스크가 은행 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했고,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험 신호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뉴욕 연준이 발표하는 전체 가계 부채 연체율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결국 다이먼의 경고는 '위험 관리자'로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은행가의 본능적인 외침이고, 베센트의 낙관론은 '성장 촉진자'로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려는 정부 관료의 입장일 수 있습니다. 월가의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하죠. 알리안츠의 엘-에리언은 다이먼의 편에 섰고, 무디스의 핀토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추세를 만들지는 않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시장은 아직 베센트의 낙관론에 더 무게를 두는 듯 보이지만, 역사는 종종 다이먼과 같은 '파수꾼'의 경고를 무시했을 때 큰 대가를 치렀음을 상기시킵니다. 과연 이번에는 누가 옳을까요? 어쩌면 진짜 답은, 우리가 찬장 문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림자 금융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