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의 행보를 보면 마치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는 운전자처럼 느껴집니다. 한편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달러는 내 생애 동안 기축통화일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통화는 너무 강해서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정반대의 불만을 토로하죠. 왜 세계 최강대국의 통화 정책은 이처럼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그 답은 달러가 가진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의 양면성에 있습니다. 전 세계가 달러를 원하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특권), 이는 마치 전 세계를 상대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특권에는 '트리핀 딜레마'라는 값비싼 청구서가 따라옵니다.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은 필연적으로 무역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이 적자가 쌓이면 결국 달러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죠.
과거 클린턴 행정부는 '강달러'를 공식 정책으로 내세우며 이 특권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자본 유입과 물가 안정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얻는 대신, 무역 적자 증가와 제조업 약화라는 비용을 기꺼이 감수했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오래된 공식을 거부합니다. 스티븐 미란과 같은 핵심 참모들은 강달러를 '특권'이 아닌 미국 제조업을 죽이는 '부담'으로 여기며, '약달러'를 통해 무역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이 '약달러' 목표가 행정부의 다른 정책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감세와 같은 확장 재정 정책은 금리 상승 압력을 높여 달러를 강하게 만들고, 심지어 약달러를 유도하기 위해 휘두르는 '관세'라는 몽둥이마저 수입을 줄여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역설을 낳습니다. 마치 액셀(감세, 관세)과 브레이크(약달러 선호)를 동시에 밟는 '정책 정신분열(policy schizophrenia)'과도 같은 상황이죠.
결국 미국은 달러 패권의 이점(값싼 자금 조달)은 유지하면서, 그로 인한 부담(무역 적자)은 회피하려는 풀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는 마치 전 세계를 상대로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네가 지는" 게임을 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는 한, 달러 환율의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금융 시장이 겪고 있는 극심한 불확실성은 바로 이 미국의 '영원한 딜레마'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