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금리 결정을 불과 하루 앞둔 어제, 시장은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속에서 홀로 축포를 쏘아 올리듯 나스닥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습니다. S&P 500과 다우 지수 역시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하며 겉보기에는 완벽한 강세장을 연출했죠. 하지만 이 화려한 기록 뒤에는 시장의 복잡하고 어쩌면 불안정한 속내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어제 랠리의 가장 강력한 엔진은 단연 식지 않는 'AI 열풍'이었는데요. 엔비디아는 새로운 파트너십 발표와 CEO 연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5% 급등하며 신고가를 썼고, 퀄컴은 새로운 AI 칩 발표로 무려 11%나 폭등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역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하며 힘을 보탰죠. 시장은 마치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모든 경제적 어려움을 삼켜버릴 것이라고 믿는 듯 보였습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거의 '확신'에 가까운 기대감이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FOMC에서의 25bp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고(CME FedWatch 기준 97.8% 확률), 안정적인 채권 금리는 이러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중요한 현실 하나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발표된 10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예상치를 밑돌며 미국 가계의 불안한 심리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특히 미래에 대한 기대 지수는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수준에 머물렀죠. S&P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 역시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부동산 시장의 냉각을 알렸습니다.
시장은 왜 이 명백한 '나쁜 소식'들을 무시하고 랠리를 펼쳤을까요? 이는 시장이 또다시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Bad News is Good News)'이라는 익숙한 주문을 외웠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가 둔화될수록 연준이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믿음이죠. 시장은 경제의 건강 상태 자체보다는, 연준이라는 '구원투수'의 등판 가능성에 더 열광한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적 낙관론'은 매우 위태로워 보입니다. 어제 금(Gold) 가격은 다시 하락하며 위험 선호 심리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국제 유가 역시 하락하며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또한 나스닥의 화려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은 평균을 밑돌았다는 점은, 이 랠리가 시장 전체의 광범위한 동의보다는 소수의 주도주와 특정 테마(AI)에 의해 이끌렸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결국 어제의 신고가 경신은 진정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FOMC를 앞두고 '최상의 시나리오(금리 인하 + 기술주 성장)'에 모든 것을 건 대담하고 어쩌면 불안한 베팅에 가까워 보입니다. 과연 오늘 밤, 파월 의장은 시장의 이 뜨거운 기대에 화답할까요? 아니면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감에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까요? 이제 모든 시선은 연준의 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