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FOMC 결과,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시장은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였지만, 사실 더 중요하고 흥미로운 사건은 다른 곳에서 벌어졌습니다. 바로 연준이 '양적긴축(QT)'을 시장 예상보다 한 달이나 빠른 12월 1일부터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파월 의장은 그 이유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 즉 2019년 9월에 겪었던 레포시장 발작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기 자금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긴축' 신호가 보이니, 미리 돈줄을 죄는 것을 멈추겠다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진짜 '묘수'는 그다음에 숨어있었습니다. 연준은 QT를 멈춘 뒤,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저당증권(MBS) 원금을 그냥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단기 국채(T-Bill)'를 사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하필 단기 국채였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무대를 재무부로 옮겨봐야 합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요즘 골치가 아픕니다. 막대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계속 찍어내야 하는데, 장기 국채 금리가 너무 올라버렸기 때문이죠. 이대로 장기 국채 발행을 늘렸다가는 금리가 더 치솟아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장기 국채 발행은 줄이고, 대신 '단기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단기 국채 물량을 시장이 다 소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바로 이 지점에서 연준과 재무부의 '보이지 않는 악수'가 이루어집니다. 마치 거대한 '물탱크(미국 국채 시장)'가 있다고 상상해 보죠. 재무부는 물탱크 상층부(장기 국채) 수위가 너무 높아 걱정입니다. 그래서 상층부로 물 붓는 것을 멈추고(장기채 발행 축소), 대신 하층부(단기채)로 물을 쏟아붓고 있었죠(단기채 발행 확대). 그런데 하층부에 너무 많은 물이 한꺼번에 들어가니 넘칠 위험(단기 자금 시장 불안)이 생겼습니다. 바로 이때, 연준이 나타나 "마침 우리도 하층부에 물이 필요했다"며 새로운 '수요 파이프라인(MBS 단기채 재투자)'을 연결해 준 것입니다!
연준은 '금융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무부가 단기 자금 시장 걱정 없이 단기 국채를 계속 발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습니다. 재무부는 덕분에 장기 국채 발행 부담을 덜고,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게 되었죠. 로이터의 마이크 돌란 기자가 표현했듯, 두 기관의 전략은 "기묘하게 잘 정렬되어(curiously well-aligned)" 있었습니다.
물론 이 공조는 공식적인 합의가 아닙니다. 연준의 독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각자 다른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완벽한 협업이 이루어진 셈이죠.
과연 이 '보이지 않는 악수'는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고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신의 한 수'가 될까요? 아니면 중앙은행이 정부의 재정 적자를 묵인하고 지원하는 '재정 종속(Fiscal Dominance)'이라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될까요? 우리는 지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매우 흥미롭고 어쩌면 위험한 실험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