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찰나가 다행이다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나면 이모님들은 함께 마당을 걷는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걷는 이 시간이 좋다. 각자 자신만의 집에서 생활하다가 한자리에 만나는 이 시간에 우리는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모님들은 각자 앞만 보고 걷느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갇혀서 찬란한 순간들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사랑의집에서 은혜의집으로 이동하여 근무한 지가 4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사랑의집 이모님 중에 한 분이 걷다가 잠시 말을 건넨다. "은혜의집이 더 좋아요? 힘들지는 않아요?" 평소에도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남편은 어떻게 만났어요? " 자신만의 작은 관심 표현이다. 핸드폰으로 꽃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순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불평불만 속에서 어두운 표정이 언젠가부터 미소가 보인 것이다.
걷는 시간이 끝날 무렵 다른 이모님 한 분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되었다. 기관에서 역사가 깊은 나무처럼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이다.
피아니스트로 음악을 사랑하는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 삶을 치열하게 견디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삶을 책으로 발간하는 마지막 꿈을 이룬 뒤에 이제는 다 해냈다고 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녀의 미소 속에서 작은 한마디가 내 마음을 찬란하게 해주고 있다. 내면적으로도 아름답고 몸도 마음도 최고라고 하면서 엄지 손을 내보이는 그녀의 한마디에 행복한 순간이다. 그 순간 저 멀리 나무 한 그루가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푸른 여린 잎이 새롭게 태어난 듯 찬란하게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마음속에서 행복으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찰나의 순간을 바라보고 있다. 눈부시다.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생활을 잠시 멈추게 하는 찬란한 순간이다. 수많은 혹독한 시간들을 견디어 냈기에 푸른 잎이 돋아났을 것이다. 차가운 계절들을 이기고 눈과 비바람에도 꺽이지 않았기에 이 순간을 맞이했을 것을 알기에 더 고귀하게 다가온다.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찬란한 햇살 속에 빛나는 저 푸른 나무를 바라보면서 바람과 구름이 질투할까 잠시 겁이 났다.
우리의 삶은 우주의 시간에서는 찰나일 것이다. 그래서 이 순간을 즐겨야 된다. 지금 이 시간에 찬란한 햇살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방금 태어난 새싹들의 작은 노랫소리처럼 따스하고 보드라운 마음을 가져본다.
이 찰나가 다행이다. 계속 눈부신 햇살 속에 아름다움을 바라보고만 살아간다면 눈이 멀어버릴 것이다.
행복은 이렇게 순간 속에서 찾아가는 것이다. 인내를 가지고 행복의 문을 활짝 열어둔다.
내 삶 속에 있는 찬란한 순간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말이다.